최근 국내 축구계에서는 대표선수들의 차출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의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주요 선수를 차출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대표팀 감독 역시 수원과 성남 감독의 불만에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분통을 터뜨렸다. 대표 차출 문제를 가지고 말이 많은 현재 양 측이 주장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재 규정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대표팀 차출 규정 지난 2005년 세계청소년대회와 월드컵 예선 및 전지 훈련을 앞두고 차출과 관련해 많은 잡음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6일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합의해 새로운 대표팀 차출 규정을 만들었고 프로 구단들은 여기에 합의한 바 있다. 바뀐 대표팀 차출 규정에 따르면 아시안컵 예선 원정 경기인 경우 경기일 7일 전에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안게임의 경우에는 개막 14일 전(10일 전까지는 소속팀 경기 출전 허용)에 소집할 수 있다. ▲ 베어벡, '최대한 배려했는데 무슨 소리냐?' 베어벡 감독의 입장으로서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두 감독의 입장이 황당할 따름이다. 협회 차출 규정에 따르면 베어벡 감독은 지난 15일 이란과의 아시안컵 예선 원정경기 7일 전인 8일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경기가 끝난 선수들을 7일 소집한 대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의 선수들은 플레이오프를 뛰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그는 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K리그와 대표팀의 원만한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며 규정과 다르게 배려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아시안게임 개막 14일 전 소집 가능(10일 전까지는 소속팀 경기 출전 가능) 규정에 의해 14일에는 대표팀을 전원 소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해 해당 팀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에 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베어벡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미 합의된 규정에서 최대한 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터져나오는 K리그 감독의 불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16일 인천 국제 공항에서 "오히려 불만을 가져야하는 쪽은 그들이 아니라 나다" 고 말한 바 있다. 특히 6일 발표 당시에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자 뒤늦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베어벡 감독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납득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 성남-수원, '융통성을 발휘해야' 챔피언결정전을 앞에 둔 성남과 수원 감독들의 입장은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후 "우리가 월드컵을 앞뒀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겠다" 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선수들을 빼고 경기에 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표팀 차출은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지만 원칙을 지켜야 한다" 며 "자꾸 이런 식이 이어진다면 FIFA 규정대로 가야 한다" 고 힘주어 말했다. 성남의 김학범 감독 역시 "승패가 상관없는 경기에 선수를 보내줄 순 없다" 며 "프로는 대표팀의 들러리인가. 이란전은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경기 아닌가. 프로팀의 한 해 농사를 망칠 셈인가"라며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양 팀 감독은 가장 중요한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승패가 상관없는 이란과의 경기를 위해 주요 선수를 차출한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란 원정이 장거리 원정이었던 만큼 주요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되는 것이 염려되었다. 좋은 경기력을 위해 그리고 우승을 위해 대표팀에서 좀 더 K리그를 배려하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 FIFA 규정은? FIFA 규정에 따르면 이번 이란전같이 대륙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회의 예선전일 경우 경기 4일 전 소집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란전 같은 경우에는 11일 소집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것은 선수가 자신의 국가가 아닌 외국 클럽에 소속되어 있을 경우에 한정되어 있고 국내 선수 차출은 국내 규정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국내 선수 차출의 경우에는 FIFA 규정이 아닌 축구협회의 대표선수 차출 규정이 우선시된다. ▲ 내년 초 올림픽대표팀 전지훈련은? 일단 수원과 성남의 선수들을 이란에 데리고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당장 내년 초 다시 한 번 대표팀과 K리그가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팀은 내년 초 전지훈련을 예정하고 있다"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협회의 차출 규정에 따르면 이는 K리그 각 구단들의 동의 없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협회 규정에는 '월드컵, 올림픽 및 세계청소년(U-20)대회 본선에 한하여 해당 팀은 해당 해의 1월, 2월 중에 3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훈련 보강 기간을 가질 수 있다.' 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bbadagun@osen.co.kr 베어벡-차범근-김학범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