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인가, 진화인가.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일본에서 'MLB가 눈독 들인 일본인 선수의 가격'이란 책이 발간됐다. 저자인 스즈키 요스케는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스카우팅 리포트 기법'을 차용해 일본의 빅리그 진출 유망주들의 가치를 산정했다. 여기서 산출된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의 가격은 연봉 200만~800만 달러로 추산됐다. 사실 저자는 '마쓰자카의 몸값은 최고 400만 달러'라고 언급했다. 다만 뉴욕 양키스 등이 몸값 인플레를 유발할 경우 800만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0개 항목의 8점 만점으로 매긴 총점에서 마쓰자카의 점수는 55점이었다. 구위나 컨트롤 체력 정신력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다양한 구종에 비해 확실한 주무기가 없다'라고 지적됐다. 마쓰자카처럼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이번 겨울 빅리그로 진출하는 좌완 이가와 게이(한신)는 이 책에서 '100만~200만 달러 연봉이면 족하다'는 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구위나 정신적 집중력에서 문제가 있다'고 스카우트들은 평가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후 마쓰자카의 독점 교섭권을 따내기 위해 보스턴은 5111만 달러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연봉 협상은 이제 개시되겠지만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을 받아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 미일 양국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가와 역시 당초 1000만 달러 입찰로 보도됐던 시애틀이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카고 컵스 등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원 소속 구단 한신도 내부적으로 '입찰금 1000만 달러'는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일본 우승과 자국리그에서의 올 시즌 활약이 마쓰자카와 이가와의 가치를 높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1년 새에 이 정도로 가치가 튀어버린 데는 마쓰이-이치로를 통해 체감한 '일본 마케팅'의 위력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