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포츠 전문기자의 '올림픽 개최 무용론'
OSEN 기자
발행 2006.11.18 08: 43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지상 최대의 축제로 꼽히는 올림픽. 한여름 전세계에서 모인 최고 수준 선수들이 약 2주에 걸쳐 열전을 펼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흥겹다. 개최 도시는 당연히 축제 분위기에 젖는다. 도시의 이름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된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다음에는?. 올림픽은 필요하지만 올림픽 개최를 위한 과열 양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한 미국 기자의 칼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AP통신의 스포츠 전문 칼럼니스트 팀 달벅은 최근 2016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발을 빼기로 공식 선언한 샌프란시스코시의 결정을 지지하며 '올림픽 개최 무용론'을 설파했다. 그에 따르면 올림픽은 전세계인의 눈길을 잡아끌고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고작 올림픽이 벌어지는 16일 동안만 그렇다는 것이다. 잔치가 끝난 뒤에 남은 것은 빚더미에 앉은 시 재정과 쓸모없이 남은 거대한 경기장뿐이라는 것이다. 달벅은 몬트리올 애틀랜타 시드니 아테네 등 1970년대 후반부터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의 현실을 짚으면서 '올림픽 환상'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했다. 몬트리올의 경우 1970년 당시 시장이 "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없다"고 확언했지만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을 위한 부채는 1976년 대회 개최부터 이어져 30년이 지난 지난 6월에야 상환을 끝낼 수 있었다. 2000년 대회 개최지인 시드니의 경우 경기장 건설 비용을 여전히 매달 납부하고 있으며 언제 완납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2004년 대회를 주최한 아테네는 엄청난 예산을 퍼부어 여러 경기장을 건설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이용처를 찾지 못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현대식 경기장을 방치하고 있다. 2010년 동계 대회 개최지인 밴쿠버는 15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런던의 경우 기존에 계획한 45억 1000만 달러 외에 추가로 19억 달러의 세금 부담이 필요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새로 건설할 예정인 올림픽 스타디움을 대회가 끝난 뒤 미식축구팀 포티나이너스의 홈구장으로 사용한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포티나이너스가 이를 거부하고 실리콘밸리로 연고지 이동을 추진하면서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여러 사례를 감안할 때 올림픽 개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일찌감치 손을 턴 샌프란시스코시의 결정은 매우 현실적이라는 게 달벅의 평가다. '황홀한 16일'이 끝나면 개최도시 주민에게 남는 것은 엄청난 재정 적자와 세금 부담뿐이라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관광객도 발길을 끊기 마련이고 수많은 경기장은 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안전상의 위협도 올림픽 개최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를 제치고 2012년 하계 대회 개최권을 따냈을 때 런던 시민들은 환호작약했지만 그 다음날 시 외곽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로 축제는 한 순간에 공포감으로 바뀌었다. 만약 올림픽을 런던이 아닌 파리가 개최했다면 런던 테러는 '없던 일'이 됐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어떤 도시이든 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전세계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물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고 철통같은 경비를 펼치더라도 '테러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올림픽 개최는 영광인 동시에 엄청난 위험 부담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세금 부담과 쓸모없이 늘어져 있는 경기장, 그리고 끊임없는 테러의 공포까지. 달벅은 올림픽 개최도시의 현실이 이러한데 왜 아직도 많은 도시가 올림픽을 개최하지 못해 안달하는지 알 수 없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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