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환 측의 요구 조건은 장기 계약이다. 과거 한국 출신 선수들을 보면 선동렬(전 주니치)이나 이승엽(요미우리) 등 일본에 온 지 2년 이후부터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기 떄문이다'. 일본의 는 '한국의 구로타(히로시마의 에이스)'로 박명환을 소개하며 한신 영입설을 보도할 때 이런 언급을 넣었다. 즉 돈보다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박명환과 원 소속구단 두산의 우선협상 기간은 지난 17일을 넘김으로써 '결별'로 마감됐다. 이에 따라 박명환은 이제부터는 탬퍼링(사전 접촉 금지) 조항에 구애받지 않고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박명환은 "일본이 안 되면 미국 마이너라도 간다"는 정도로 해외 진출 의지가 확고하다. 그러나 선동렬의 주니치 첫 해(1996년)와 이승엽의 롯데 마린스 첫 해(2004년)가 어땠는지를 목도한 박명환이다. 선동렬의 일본 데뷔 성적은 38경기 등판에 5승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5.50이었다. 이후 1997년 38세이브로 센트럴리그 한 시즌 세이브 신기록을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요코하마)와 나란히 경신한 뒤 1999시즌까지 3년 연속 리그 세이브 2위에 올랐다. 요미우리 4번타자 이승엽 역시 롯데에서 첫 시즌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2004년 그는 타율 2할 4푼에 14홈런 50타점을 기록했고 선동렬처럼 시즌 중 2군까지 추락했다. 이후 이승엽은 2005년 30홈런 82타점, 올 시즌 41홈런-108타점을 올리며 일본야구에 적응했다. 그러나 한신 등 일본 구단은 중남미나 대만 출신 선수들에 비해 몸값이 비싸 리스크가 큰 한국 선수들과의 장기 계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욱이 박명환이 올 겨울 한국 프로야구 FA 최대 거물이라도 선동렬이나 이승엽 만큼의 '대표성'을 띠고 있지는 않다. 결국 박명환의 일본행은 적응 기간에 맞춰 몸값을 얼마나 '현실화'시키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