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머리’와 오대규.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언제나 반듯하고 정의감 넘쳐 보이는 이미지의 오대규가 폭탄머리를 했다. 뭔가 야심작을 준비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오대규가 연기생활 16년만에 처음으로 아침드라마에 나선다. 12월 4일 첫 방송될 SBS 드라마 ‘사랑도 미움도’(이근영 극본, 배태섭 연출)에서 이아현과 짝을 맞춰 주인공을 맡았다. 사실 16년만에 처음으로 아침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보다는 아침드라마의 메인 주인공을 맡았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팩트다. 주부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 예들 들면 준수한 외모, 왠지 보살핌이 필요할 것 같은 여린 이미지, 그러면서도 고집스러움이 묻어나는 강단 등의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이 바로 오대규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세월의 영향을 얘기할 수도 있다. 배우의 나이는 시청자와 함께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런 흐름은 오대규도 굳이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연기자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고 배역 속에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말하는 오대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탄머리는 뭔가. 오대규는 극중 병원원장의 아들로 나온다. 지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갖출 것 다 갖추고 아쉬울 게 없는 인물이다. 여기다 터프한 모습도 있다. 폭탄머리가 바로 이 때 필요한 이미지였다. ‘터프한 공자님’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단 한번 나오는 폭탄머리이지만 미용실에서 5시간을 버텼다. 그래서 만들어진 헤어스타일이 바로 사진 속의 ‘폭탄’이다. 오대규는 새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종전 이미지를 아까워하지 않는 연기자로 유명하다. 직전 출연작인 SBS 금요드라마 ‘나도야 간다’를 앞두고는 치렁치렁했던 장발을 싹둑 잘라버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오대규는 “연기는 영혼을 넣었다 뺐다 하는 작업이다. 영혼이 바뀌는 것에 비하면 헤어스타일 정도는 아쉬울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간 오대규는 며칠 전 야외촬영에서 크다면 큰 사고도 당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었는데 낙엽 깔린 보도블록에 비까지 내린 바람에 미끄러지면서 왼 팔꿈치 부위를 땅에 심하게 갈고 말았다. 이미 연기에 정신을 빼 놓은 오대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다음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 입는데 팔뚝은 온통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사랑도 미움도’에서 갖출 것 다 갖춘 오대규는 상처받은 여성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따뜻한 남자로 나온다. 어떻게 보면 현실 속에서는 찾기 힘든 이상적인 인물이다. 그렇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수 있는 캐릭터이다. 연기자로서의 오대규도 그렇다. 작품과 연기에 임하는 오대규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힘들이 느껴진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