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박찬호(33)가 잘 알고 있겠지만 5년 전 첫 FA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FA 투수 최대어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투수이기에 구단들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이는 김선우(29) 역시 마찬가지다. 신시내티 마이너행을 거부하고 FA 신분을 얻었지만 추측성 기사조차 변변히 나오지 않는다. 점점 달아오르는 빅리그 스토브리그에서 투수 부문은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배리 지토, 제이슨 슈미트, 비센테 파디야 등이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특히 보스턴이 입찰금 5111만 달러를 써내 센세이션을 일으킨 마쓰자카와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출신 FA 좌완 지토는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다. 그리고 보라스는 박찬호와 김선우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보라스는 마쓰자카와 지토를 통해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의 다년 계약을 끌어낼 의도다. 총액의 5% 정도를 에이전트가 받는다고 할 때 적게 잡아도 보라스에게 100만 달러는 돌아간다. 이런 보라스에게 있어서도 박찬호와 김선우는 마쓰자카-지토 다음 순위 고객일 수 밖에 없다. 지난 5년간 연평균 1300만 달러를 받은 박찬호지만 이제는 마이크 피아자나 마쓰이 가즈오의 전철을 밟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박찬호에 비해 실적이 미비한 김선우는 빅리그 잔류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이미 보라스는 올 초 연봉 조정신청에서 김선우의 패배를 막아주지 못했다. 당시 김선우는 80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연봉조정위원회는 60만 달러를 쓴 콜로라도의 손을 들어줬다. 본래 조정 신청에서 구단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전례였지만 보라스의 '마법의 손길'이 돈이 안되는 고객에게는 그다지 닿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FA 시장은 열렸지만 '소외'받는 박찬호-김선우가 귀착지를 찾으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듯 하다.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가 '슈퍼스타' 마쓰자카와 지토를 통해 한 몫 잡고 난 뒤에야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sgoi@osen.co.kr 지난 3월 WBC 기간 중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박찬호-김선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