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황정민은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상 후 황정민이 남긴 일명 ‘밥상’ 수상 소감 때문이다. “스태프들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될 뿐”이라는 황정민의 소감 발표는 시상식 뿐 아니라 한 CF에 그대로 사용될 만큼 화제가 됐다. 또 한달 후 2005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쇼 오락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탁재훈이 ‘밥상 소감’을 따라하기도 했다. 그 후 황정민의 수상 소감은 이후 다른 시상식에서도 가끔 등장했고, 11월 19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도 자주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상식에서 신인 여우상과 여우 조연상 등 배우 중 유일한 2관왕을 차지한 추자현이 황정민의 것과 비슷한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추자현이 영화 ‘사생결단’으로 수상을 한 터라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덕분이기도 하고, 2관왕에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수상소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추자현이 수상 소감을 밝힐 때는 좌석에 앉아 있는 황정민이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방송돼 보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또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안성기는 “수상 소감이 생각 안 날 때는 황정민의 것으로 하면 된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 만큼 황정민의 수상 소감이 배우로서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상 소감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수상자로서 겸손함과 함께 고생한 스태프 모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는 황정민의 수상 소감을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수상 소감으로 남을 것 같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