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FA 제도, '이성' 되찾을 방법은?
OSEN 기자
발행 2006.11.21 07: 29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은 프로 입단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받는다. 드래프트라는 제도를 통해 지명 당한 구단에 선택의 여지없이 입단해야 한다. 앞서 이 제도를 거부하고 일본 프로야구 진출을 시도했던 임선동(현 현대)은 법의 판결에서 이기고도 그를 지명했던 LG에 입단해야 했다. 이런 모순점을 추후에라도 보상해 준다는 점에서 FA 제도는 유의미하다. 프로야구에서 일정 자격을 충족시키고 FA 자격을 획득하면 비로소 선수가 팀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A가 양산돼 전력 손실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 구단들은 보상금이나 보상선수, 까다로운 자격 요건 등으로 족쇄를 걸어놨다. 여기다 구단들은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하기 한 시즌 전에는 연봉을 대폭 인상시켜주는 '편법'도 관례적으로 써먹는다. 올해 FA 시장에 나온 이병규는 2005년 3억 원에서 올해 5억 원으로 LG 구단 사상 최대 인상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병규가 LG 이외 국내 타 구단 이적시 올 연봉의 300%를 받아내는 것을 노린 수법이다. 만약 LG가 그 구단의 보상선수를 원치 않는다면 450%로 보상금은 불어난다. 이로 인해 사실상 삼성이 손을 떼면 이병규를 데려갈 구단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LG가 좋냐하면 그것도 아니기에 우스꽝스럽다. LG와 이병규의 우선 협상은 '결렬'로 마감됐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LG가 4년 총액 40억 원 안팎을 제안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연평균 10억 원꼴로 올해 이병규 연봉의 두 배다. 올 시즌 창단 이래 최하위를 했고 이병규의 활약도가 예년에 비해 특별히 돋보였다고 보기도 힘든 사실을 고려할 때 연평균 연봉 10억 원은 거의 '자선활동'에 버금간다. FA라는 이유만으로 이병규가 37살이 될 때까지 연 10억 원을 받는다면 LG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를 짊어지는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여기서 가정 하나를 해보자. 만약 올 FA 시장에 김동주가 나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도 이병규가 FA 시장에서 이처럼 독보적 존재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나라를 위해 뛰다 부상당하는 바람에 김동주는 FA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8개구단 사장단으로 구성)가 김동주의 FA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기로 유권해석하면서 득을 본 구단은 두산뿐이다. 결국 FA 자원이 희소해질수록 (지금 김동주가 없어서 이병규의 가격이 치솟는 것처럼)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피박'을 쓰는 것은 구단들이다. 더군다나 구단들은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온갖 보상 규정 탓에 데려오고 싶은 FA가 있어도 선뜻 손을 못 내민다. 삼성이나 LG, SK 같은 부자구단이나 가능할 것이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 돈으로 전력을 보강하는 방식을 나쁘다 할 수 없다. 정말 나쁜 것은 돈을 미련하게 써서 성적을 못 내는 경우다. 오히려 FA로 파생되는 진짜 문제는 선수들간의 빈부격차일지 모른다. 이 점은 KBO는 물론 선수협의회에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20일까지 원 소속구단 이외의 구단과 계약한 FA는 아직 없다. 우선협상 기간을 넘긴 FA 중 이병규와 박명환은 일본 진출을 시야권에 넣고 있다. 김수경 노장진 차명주 정도만이 타 구단과 협상을 바라지만 희망구단이 돈과 선수 출혈을 감수하느냐에 영입이 달려있다. 결국 현행 FA 제도의 최대 피해자는 역설적이게도 구단이다. 연간 수백 억 원의 적자도 모자라 선수 한 명에 수십 억 원을 퍼붓는 비합리적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우승의 가치는 얼마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 덕분에 극히 일부를 이루는 스타선수들은 최대의 수혜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해진다. 구단이 나서서 FA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오히려 FA의 조건과 장벽을 낮출 때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합리적 가격으로 선수와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비롯될 활발한 거래는 지금보다 프로야구의 흥미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sgoi@osen.co.kr 이병규-박명환-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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