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라서 울고, 딸은 딸이라서 울었다. 드라마 곳곳에 시작부터 눈물 자국이 뭉텅뭉텅 찍히기 시작했다. 그 눈물이 남의 눈물로 보여지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정(情)’ 덩어리에서 이야기를 뽑아냈기 때문이다. SBS TV 새 월화드라마 ‘눈꽃’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첫 회 시청률은 예상했던 대로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6.7%, TNS미디어코리아가 7.2%로 집계했다. ‘주몽’이 45% 가량을 차지해 버렸으니 시끌벅적 좌충우돌하는 드라마가 아닌 이상 첫 방송 시청률은 그 정도면 무난하다. ‘눈꽃’을 본 시청자들은 김희애 고아라가 펼치는 모녀연기에 감성리듬을 맞추고 있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대한민국의 딸들이고 엄마들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이유 없는 애틋함을 이 드라마가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고아라는 철이 일찍 든 여고생이다. 스타작가라는 엄마의 유명세를 꿋꿋이 버텨내고 있었다. 유명인에게 쏟아지는 버거운 관심이 친구들의 질투라는 모습으로 다미의 어깨를 짓누르지만 집에서는 내색하나 않은 채 할머니의 예쁜 손녀, 엄마의 사랑스런 딸이다. 그런 기특한 딸도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아버지 문제에 가서는 결국 냉정을 잃고 만다. 엄마의 유명세로 앓고 있던 속앓이가 아버지 문제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엄마의 절친한 친구이자 매니저 일을 보고 있는 이웃 정선(김보연 분)의 집에 갔다가 죽은 줄 알았던 아빠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변해갔다. “남편으로선 최악이었다”는 엄마의 말에 이성을 잃은 다미는 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비뚤어진 길을 걷기 시작한다. ‘눈꽃’은 김수현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드라마이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보다는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속속 마음에 와 닿는다. 김희애와 고아라가 펼치는 모녀 연기는 엄마와 딸의 콤플렉스 그 자체이다. 기대 속에 첫발을 내디딘 ‘눈꽃’. 남은 숙제는 철옹성 같은 ‘주몽’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세찬 바람보다는 따뜻한 온기가 아니던가. ‘주몽’의 갑옷을 뚫는 화살은 아마도 엄마와 딸들이 흘리게 될 ‘눈물’이 아닐까.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