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심한 감정의 파도가 없는 잔잔한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마음의 감동은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한국영화의 대표 멜로물로 꼽기도 한다. 한석규가 김지수와 호흡을 맞춘 신작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 11월 20일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영화를 본 후 불현듯 스친 생각은 바로 ‘8월의 크리스마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동네 사진관을 운영하던 정원(한석규 분)은 동네 약국의 약사 인구(한석규 분)로 그 모습을 바꿨고, 불법주차 단속요원 다림(심은하 분) 대신 이미테이션 디자이너 혜란(김지수 분)이 등장한다. 정원의 친구였던 철구(이한위 분)는 정신분열증인 인구의 형 인섭(이한위 분)이 됐다. 뿐만 아니라 ‘8월의 크리스마스’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 또한 단순히 두 남녀의 애정에만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볼 수 없었던 여주인공의 가족이 등장한다는 것 정도다. 게다가 각자의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고 엇갈림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또한 닮았다. 불법주차 사진을 맡기러 온 다림과 술에 취한 혜란은 각각 사진사 정원과 약사 인구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첫 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자주 마주치고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가까워진다. 하지만 남녀의 관계는 두 사람의 마음보다는 상황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힘들고 괴로워한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 제2의 ‘8월의 크리스마스’ 같다는 말에 한석규도 영화 시사가 끝난 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평가다”고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한석규는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들에 의해 다를 수 있다”며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현실적이면서도 잔잔한 분위기의 멜로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11월 30일 개봉한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