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파문 '구사시' 감독, "절망에 빠진 인간의 절규였다"
OSEN 기자
발행 2006.11.21 18: 13

MBC 수목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이하 구사시)이 욕설파문에 휘말렸다. 11월 16일 방송된 2회에서 현지석(강지환 분)이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여자 고미연(김하늘 분)에게 “너만 내 옆에 있어주면 이 X같은 세상하고 싸워서 내가 다 이겨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 또한 미연이에게 모질게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은 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친구 양덕구(김형범 분)가 “X발 불쌍한 새끼, X발 왜 도망도 못가게 만드냐고”라며 절규하는 대사도 등장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방송 후 네티즌은 그다지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자가 사촌동생이라는 사실에 가슴아파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울부짖는 한 남자와 이를 바라보는 절친한 친구가 답답한 마음에 세상을 향해 내뱉는 최대한의 항변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새롭게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 정도의 욕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에는 극중 상황이 어찌됐든 이 같은 욕설은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이와 관련해서 MBC 심의평가부의 관계자는 “보통 방송 전에 사전심의라는 것을 하는데 대본을 보는 과정에서 그 부분을 놓친 것 같다”며 “방송이 나간 후 욕설에 관한 문의를 받고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지금은 확인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징계여부에 대해 “어떤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확답을 말할 수는 없다. 자체적으로 심의평가부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것 같다”며 “어떤 욕은 어떤 징계를 받는다는 등식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욕을 했는지,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어떠한 상황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연출을 맡은 오종록 감독은 “극중에서 나온 욕설이 구체적으로 상대를 향해 퍼붓는 것이었다면 아무리 감정이 격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커팅을 했을텐데 절망에 빠진 인간이 절규하며 내뱉는 말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드라마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구체적인 대상을 향한 인신공격이나 모욕이 아니라 격한 감정을 토해낸 것인데 조금 예민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hellow0827@osen.co.kr '90일 사랑할 시간'의 연출을 맡은 오종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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