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돈잔치', 박찬호에 미치는 영향은?
OSEN 기자
발행 2006.11.22 06: 40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메이저리그에 돈이 넘쳐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돈의 흐름 앞에서는 노사도 한통속이다.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와 구단주들은 최근 직장폐쇄 또는 파업 없이 새로운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1994년 샐러리캡 도입을 추진하던 구단주측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월드시리즈가 무산된 뒤 메이저리그에서 노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다. 연간 52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눈앞에 두고 굳이 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54억 달러에 달하는 TV 중계권료에 6000 만명이 넘는 유료 입장객, 여기에 각 구단별 로컬 TV 계약이 합쳐지면서 메이저리그는 '돈잔치'에 정신이 없다. 지갑이 두둑해지면 씀씀이가 커지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프로 구단들은 예산이 방대해지면 전력 강화를 위해 '올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전력강화를 이루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선수 보강이다. 그래서 구단들은 원하는 선수를 잡기 위해 과도한 돈을 지불하기 일쑤다. 자연히 선수들에게 떨어지는 '떡고물'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겨울은 빅리그의 돈잔치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보스턴이 마쓰자카 협상권을 위해 5110만 달러를 아낌없이 지불한 점, 3300만 달러의 잔여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FA를 선언해 다저스를 떠난 J.D. 드류, 총액 1억 달러설이 오가는 배리 지토, 38세의 나이에 2년 28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이끌어낸 개리 셰필드의 경우는 이번 겨울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이 얼마나 복받은 선수들인지 입증해주는 사례다. 넘쳐나는 돈의 수혜를 입는 건 엘리트 플레이어 만이 아니다. 시카고 컵스는 유틸리티 내야수인 마크 데로사 영입 대가로 3년간 13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고 백업 포수감에 불과한 헨리 블랑코에게 2년 525만 달러를 안겼다. 필라델피아는 후보 3루수 웨스 헴스를 2년 545만 달러, 볼티모어는 좌완 불펜요원 제이미 워커에게 3년 1200만 달러를 아낌없이 지불했다. 시장 상황이 이런 까닭에 생애 2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박찬호(33)에게도 눈길이 쏠리는 건 자연스럽다. 박찬호는 5년 6500만 달러 몸값을 해내지 못했다는 심한 비난을 받았지만 최근 2년간 19승을 올리면서 나름대로 재기에 성공했다. 빅리그 13년차의 관록, 두자릿 수 승리를 6번이나 기록한 경험을 보유한 그는 어떤 구단에서든 로테이션의 중간을 책임져줄 수 있는 투수로 평가된다. 팀타선이 뒷받침된다면 다시 한 번 10승 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최상의 컨디션을 1년 내내 유지한다면 3점대 중반에서 4점대 초반의 방어율도 바라볼 수 있다. 이 정도 투수라면 투수력 보강을 원하는 구단이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 하다. 아직은 시장 상황이 슈퍼스타 계약 위주로 진행되는 까닭에 본격적인 입질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초 예상보다 후한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만 해도 박찬호는 연봉 200만 달러 정도만 확보해도 성공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과도한 몸값에 비해 보여준 게 별로 없는 데다 올 시즌 후반 장출혈로 건강상의 문제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입증됐듯 몸상태가 정상을 회복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톰 힉스 텍사스 구단주의 표현에 의하면 "시장이 미쳐가고 있을 정도"로 FA 몸값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에 예상보다 후한 계약을 이끌어낼 공산을 무시 못하게 됐다. 박찬호는 지난 2001년 겨울 FA 대박을 맞을 당시에도 시장의 수혜를 톡톡히 본 적이 있다. 당시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FA 가격은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하던 시기에 맞춰 정점을 이뤘다.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던 FA 선수들의 몸값은 최근 몇년간 조금씩 올라가더니 올해에는 하늘 끝까지 치솟은 분위기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이번 겨울 박찬호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어느 정도 높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찬호는 시즌을 마친 뒤 스스로를 '평범한 선수'라고 칭했다. 올해 FA시장에선 평범한 선수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workhors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