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감독, '삿포로 한(恨) 풀고 오겠다'
OSEN 기자
발행 2006.11.22 15: 08

삿포로의 한(恨)을 풀겠다'.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22일 사직구장에서 아침 훈련을 끝으로 부산 전지훈련을 마무리지었다. 대표팀은 23일 격전지인 카타르 도하로 출국, 금메달 원정에 나선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모두들 금메달을 향한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사령탑 김재박 감독의 의지는 더욱 강하다. 김재박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스스로 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사령탑인 선동렬 삼성감독도 후보에 올랐으나 자신이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의중을 밝혀 지휘봉을 잡았다. 이유는 '삿포로의 한(恨)'을 풀기 위해서였다.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감독은 당대 최고의 명장이었다. 초보 사령탑 조범현 감독이 이끌던 SK를 한국시리즈에서 4승3패로 누리고 세 번째 패권을 차지했다. 현대 창단 감독으로 거침없는 질주를 했고 마침내 아테네올림픽 예선 겸 아시아선수권대회 사령탑으로 선정됐다. 첫 국가대표 지휘봉을 쥔 김재박 감독의 아테네올림픽 본선 진출은 당연할 것으로 여겨졌다. 당시로서는 역대 최강 멤버로 구성된 일본에는 열세지만 대만은 가볍게 누르고 2위로 본선에 올라가 올림픽 메달을 놓고 미국 일본 등과 자웅을 겨룰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박 감독은 올림픽 본선까지 감독직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전에서 4-2로 앞서다 9회말 동점을 내준 뒤 연장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고 4-5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스스로 "도무지 9회 상황에서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경기가 지나간 줄 몰랐다"고 나중에 토로할 정도로 다 이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후 각국 기자들이 모인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마 내 야구 인생 가운데 가장 잊혀지지 않는 패배가 될 것 같다"며 쓰린 속을 내보였다. 김 감독은 이후 절치부심하며 명예 회복을 노리다 이번에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 목표는 당연히 대만과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LG로 옮긴 후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수시로 전력 분석을 통해 상대 팀인 대만과 일본 전력을 꼼꼼히 관찰하고 공부했다. 머리 속에는 이미 승리를 위한 비책이 세워졌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카타르행을 앞둔 김 감독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뿐이다. '삿포로의 한'을 시원하게 풀고 '도하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개선하는 일이다. 일생동안 강인한 승부 근성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던 김재박의 매직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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