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계약기간 5년간 계속 우승하려고 하나 보네”. 주초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야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했던 일선 지도자들은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는 올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골프대회를 후원한 삼성의 선동렬 감독이었다. 코나미컵서 삼성이 대만 라뉴와 일본 니혼햄에 패해 3위에 그친 뒤 선동렬 감독이 “공격력이 문제”라고 패인을 분석한 후 “비시즌 동안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일선 지도자들은 “선 감독이 너무 운다”며 부러움의 시선을 보냈다. 타 구단의 한 지도자는 “삼성이 그래도 우리 프로팀 중에서는 제일 공격력이 강하지 않나. 심정수 양준혁 진갑용 김한수 등 다른 팀에 가면 하나같이 중심타자로 활약할 선수들”이라면서 “선 감독이 정말 남은 계약기간 3년 동안에도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하려고 그러나 보다”고 입맛을 다셨다. 2005년부터 계약 기간 5년에 계약금 10억 원과 연봉 2억 원에 삼성과 감독 계약을 맺은 선 감독은 초보 감독임에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보급 투수’라는 현역시절의 명성에 걸맞게 지도자로서도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선수단을 이끄는 지도력과 구단의 물심 양면의 지원에 힘입어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런데도 선 감독은 올 한국시리즈 때부터 “공격력이 문제다. 노장 선수들이 힘을 못 쓴다. 트레이드 등을 통해 공격력 보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공격력 빈곤으로 삼성은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고전 끝에 우승했고 코나미컵에서도 대만에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공격력 보강의 일환으로 삼성은 지난 21일 롯데에 좌완 투수 강영식을 내주고 국가대표 출신의 내야수인 신명철을 데려오는 올 스토브리그 첫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삼성은 앞으로도 ‘외부 FA 영입을 제외한 방안으로 공격력 보강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과 선동렬 감독이 ‘공격력 빈곤’에 답답해하며 보강책에 부심하자 타 팀 감독이나 코치들은 ‘부러움 반, 질시 반’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타 팀 지도자들은 “공격력이 약해진 것은 한국야구 전체의 문제다. 그래도 삼성이 8개 구단 중 가장 좋은 타자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냐”면서 삼성과 선동렬 감독을 경계했다. 한 감독 출신 지도자는 “감독들이 우는 것은 믿으면 안된다. 그런데 감독들이 울어야 구단들도 지원을 해준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감독들은 ‘우리 팀 전력이 약하다’고 무조건 울어야 상대적으로 편하게 성적을 낼 수 있고 구단의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선동렬 감독은 타 팀 감독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선 감독 스스로 ‘우리가 약하다’고 엄살을 하고 구단도 여기에 보조를 맞춰 전력 강화 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선 감독에게 '마치 1대7로 싸우는 형국이다. 그래도 삼성을 이기지 못한다'고 묻자 빙그레 웃을 뿐이다. 선 감독이 과연 남은 계약기간 3년 동안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하다. 현재 선 감독의 지도력과 삼성 구단의 지원을 감안하면 타 팀 지도자들의 말처럼 ‘계약기간(5년) 내내 한국시리즈 우승의 전무후무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