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공격력은 우리보다 낫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정말 좋더라”. 이달 초 일본에서 열렸던 제2회 코나미컵을 관전하고 온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한국대표인 삼성이 대만 대표인 라뉴에 패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서도 대만 타자들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도 타자들의 기술 향상을 위해 뭔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 야구에서 재질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두 투수만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고교야구에서 지명타자제를 쓰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고교 선수들은 지명타자제가 있기 때문에 투수가 되면 아예 방망이를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중에 투수를 못하게 된 후에는 야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재질 있는 선수들이 타격을 하지 않게 되는 고교야구 지명타자제를 없애야 재능 있는 타자들을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전에는 ‘고교시절 4번타자에 에이스 출신’이 성인야구에 와서는 투수가 아닌 타자로도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지명타자제’로 인해 이런 경우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타격 4관왕을 차지한 롯데 거포 이대호(24)처럼 고교시절(경남고) 투수를 하다가 프로에서 타자로 전환해 성공을 거두는 케이스가 점점 나오기 힘든 상황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야구에서 투수가 타격을 하지 않는 ‘지명타자제’를 도입한 것은 2004년 여름 봉황대기부터다. 고교선수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선 많은 선수들이 출장할 수 있는 ‘지명타자제’가 유리하기 때문에 일선 고교 지도자들은 ‘국제대회도 지명타자제가 있다’며 적극 도입을 요구했다. 물론 한국야구 전체가 ‘투고타저’로 흐르고 있는 것이 비단 고교야구의 지명타자제 탓만은 아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타자들의 기량 향상 속도 저하, 타자보다 좋은 투수 대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한창 야구 기술을 익혀야 할 고교시절에 투수들이 타격 연습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지명타자제는 개선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고교시절 투수출신이라도 성인야구에서는 타자로 전환해 훌륭한 선수가 되려면 투수도 타격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 야구계의 진단이다. sun@osen.co.kr 고교 야구대회 경기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