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카타르 도하에 입성한 김재박(52.LG) 감독이 현지 야구장을 처음 본 느낌은 무엇일까. 김재박호의 대표팀은 지난 24일 알 라이안 스포츠클럽 야구장에서 첫 훈련을 가지며 적응에 돌입했다. 이 야구장은 알려졌다시피 이번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철거된 후 축구장으로 변신한다. 카타르에서는 야구를 즐기지 않기에 축구장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비록 ‘1회용 구장’이지만 그래도 그라운드, 조명탑 등 시설은 야구를 하기에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현지의 전언이다. '축구장의 야구장 겸용'을 주장했던 김재박 감독이 ‘1회용 야구장’을 본 소감은 어떠할까. 김 감독은 2005년 4월 시즌을 개막하면서 ‘상암 축구장을 야구장 겸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가 한바탕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일이 있다. 당시 현대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은 서울 연고를 갖고 있는 현대가 서울에 마땅한 야구장이 없어 수원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상암 축구장을 야구장으로 겸용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여겼다. 일주일에 많아야 2번 정도 활용하는 축구장을 이동식 시설을 도입해 축구가 없는 날에는 야구장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의도였다. 그렇게 되면 적자로 허덕이는 월드컵 축구장의 적자도 줄일 수 있고 야구계로서도 관중시설이 좋은 야구장을 쓸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라는 주장이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와 프로야구가 한 구장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일정이 겹치면 서로 스케줄을 조정해가며 피해가고 이동식 관중석과 펜스로 구장변경을 손쉽게 하고 있다. 2005년 이런 의견을 내놨던 김 감독은 당시 축구팬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서는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찬성 의견도 꽤 됐지만 ‘야구와 축구를 한 곳에서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축구계와 축구팬들의 비난이 거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금도 ‘축구장을 야구장으로 겸하는 것’에 대해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값비싼 경기장을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현대적인 구장을 다목적화해서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구조 변경 비용도 많이 들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1년 7개월 여 전 ‘축구장을 야구장 겸용화’라는 주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감독이 그 반대가 될 도하의‘1회용 야구장’을 보며 느끼는 소감은 어떠할까 궁금하다. 아마도 김 감독은 ‘월드컵 축구장의 야구장 겸용화’라는 소신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김 감독에게는 선수시절부터 개인적인 후원을 해주고 있는 열성 팬들 중 축구인들도 꽤 있다. 김 감독이 상암 구장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경기를 종종 관전하는 것도 이 축구인 팬들이 초청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소요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스포츠토토의 야구 수익금 중 절반이 들어가는 시점에서 야구계에서는 ‘월드컵 경기장은 축구계만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김 감독이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던 것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