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완장을 다시 찼다. ‘리틀쿠바’ 박재홍(33. SK)이 연세대학교 4학년 이후 11년 만에 주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게 됐다. 김재박(52.LG) 대표팀 감독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대표팀의 합숙훈련을 시작하면서 최고참인 박재홍을 주장으로 임명했다. 단골 태극마크 멤버에 베테랑인 박재홍이 후배들을 이끌고 금메달 사냥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믿으며 주장의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박재홍으로선 생애 2번째 주장이었다. 박재홍은 연세대학교 4학년 때인 1995년 주장을 맡아 임선동(현대) 등과 함께 팀을 대학 최강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프로에 데뷔한 후에는 주장과 인연이 없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완장을 차게 된 것이다. 김재박 감독은 박재홍에게 기대가 크다. 박재홍이 그라운드에서는 공격의 활로를 불어넣어야 하는 중심선수로서, 대표생활에서는 선수들을 한 데 뭉치게 하는 구심점의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김 감독의 뜻을 잘 알고 있는 박재홍은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실전에서 긴장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 내 임무”라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박재홍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회를 ‘명예회복’의 무대로 여기고 있다. 아마시절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 외국 대표선수들로부터 ‘리틀 쿠바’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정을 받은 박재홍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지 못해 한국대표팀의 4강 위업 달성을 방송으로 지켜봐야 했다. 박재홍은 당시 대표팀에 선발됐으나 손가락 부상 탓에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해 아쉬움을 남겼다. 주위에서는 박재홍이 고의로 국가대표를 회피한 것으로 여겼지만 본인은 “아픈 상태에서 출전했으면 오히려 대표팀에 누가 됐을 것”이라며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박재홍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 다시 한 번 ‘국제용’임을 과시, 당당하게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박재홍은 대표팀에서 5번이나 6번을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김재박 감독이 박재홍과 이병규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있어 1, 2번 테이블 세터로 기용될 가능성도 높다. 경험이 풍부하고 찬스에 강한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타를 터트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