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시드니서 선배들에 진 빚' 갚는다
OSEN 기자
발행 2006.11.27 09: 32

'시드니서 진 빚을 갚겠다'. 'FA 우등생' 장성호(29.KIA)가 도하의 환희를 이끈다. 한때 국제대회 햇병아리였던 장성호도 어느덧 고참선수가 됐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장성호는 여러가지 해프닝을 일으켜 눈총을 톡톡히 받았다. 첫 태극마크인 데다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린 올림픽에서 실수를 안할 수가 없었다. 당시 장성호의 '링 방망이 사건'은 아직도 국제대회사에 길이 남을 해프닝으로 꼽히고 있다. 장성호는 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인 이탈리아전 7번타자로 나서면서 2회 첫 타석 때 연습용 링을 방망이에 끼우고 첫 타석에 들어섰다. 대기 타석에서 연습 스윙을 마친 뒤 링을 빼는 것을 깜빡했다. 주심의 제지를 받고서야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또 중요한 예선 일본전에서는 좌익수로 나섰다가 잡지 말아야 될 파울플라이를 전력 질주, 펜스 근처에서 잡아내는 호수비를 했다. 그런데 아뿔사, 주자가 3루에 있었던 것. 주자는 여유있게 홈을 밟아 동점이 되고 말았다. 마운드에 선 구대성이 양 손을 허리춤에 대고 어이없어 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지만 장성호는 구대성 등 선배들 덕택에 동메달을 목에 걸고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후 동메달을 발판 삼아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정교한 타자로 성장했다. 올해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 42억 원짜리 FA 계약을 터트렸다. 그때 동메달이 아니었다면 FA는 아직도 다른 사람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장성호의 장점은 야구 밖에 모른다는 것. FA 선수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먹튀 징스크'도 없다. 올해 타율 3할6리 79타점 13홈런으로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매일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 야구장을 떠나는 선수가 됐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에도 매일 광주구장에 나와 스스로 몸을 가꾸어왔다. 프로 11년차 중고참 선수가 됐다. 이젠 햇병아리 시절의 장성호가 아니다. 경기 경험도 풍부해져 웬만한 실수는 하지 않는다. 국제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유격수 박진만(30)과 함께 대표팀의 내야진을 이끌 만한 경력이다. 더구나 이번 카타르 아시안게임 드림팀에는 첫 태극마크를 단 후배들이 많다. 자신이 시드니올림픽에서 선배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후배들에게 갚을 때가 된 것이다. 박진만 이대호 정근우 등 대표팀 내야진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지만 장성호만이 유일하게 건강하다. 'FA 모범생'이 조국과 후배들을 위해서 도하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sunn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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