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관리가 절대적인 여자 연예인들을 데려다 놓고 온갖 실토를 강요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성형수술은 몇 군데를 했고, 술은 몇 병을 마시는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자 연예인과 따로 만난 적은 있는지…. 질문 하나하나가 해당 연예인들로서는 대답하기 곤란한 내용들이고 그 파장이 어찌될 지도 모르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12명의 여자 출연자들은 아무도 그런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는다. KBS 2TV ‘해피선데이-여걸식스’가 제 1회 총동창회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11월 26일의 특집 프로그램이 가관이다. ‘버튼 토크’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강요된 고백’은 고백을 하는 사람도 그 고백을 듣는 사람도 왜 그런 고백이 지금 나와야 되는지 모를 자극적인 소재로만 꾸며졌다. ‘이제는 말 좀 하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는 했지만 과연 출연자들이 그 동안 그 사실을 털어 놓지 못해 답답했던 내용들인지 의심스럽다. 싫은 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강요된 고백은 아니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형수술. 여전히 연예인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누가 봐도 성형한 티가 뚜렷한데도 안했다고 우기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대놓고 “나 몇 군데 성형했소”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도 목불인견이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또는 단순히 예뻐지기 위해 성형을 했다고 어렵게 고백하는 모습과 “너 몇 군데나 고쳤니”라고 다그쳐 캐묻는 것은 분명 다르다. 소주를 무려 아홉 병이나 마신다고 말해버린 연예인은 앞으로 ‘술꾼’이라는 이미지를 영원히 씻기 어려울 것이다. 술을 아홉 병이나 마신다는 사실 자체나 그 말을 해버린 연예인보다는 억지로 실토를 강요한 주체를 더 탓하고 싶다. 유명 가수와 개그맨 출신 DJ의 염문설을 프로그램 마케팅에 이용하는 모습도 영 거슬린다. ‘여걸식스’는 둘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했다는 동료 연예인의 ‘증언’ 부분만을 따로 편집해 다음 주 방송으로 돌려 버렸다. ‘염문설’로 포장이 됐지만 둘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정리 될 지는 안 봐도 뻔하다. “우린 정말 사랑하는 관계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방송에서 출연자끼리의 염문을 조장하는 듯한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유명 가수와 미모의 여자 탤런트를 엮어 애정이 싹트고 있는 것처럼 꾸미고 둘의 심경을 듣는 기자회견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옐로 저널리즘의 형태다. 대다수 예능프로그램들이 연예인들의 사유물이 된 지 오래이기는 하지만 ‘여걸식스’에서는 연예인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오락화가 되고 있다. ‘솔직함’이라는 미덕으로 포장해 실토를 강요하고 그 자극적인 실토를 프로그램 알리기에 이용하고 있다. 솔직함도 적정 범위를 넘어설 때는 추함이 되고 만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