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한국영화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박 영화와 쪽박 영화로 나뉘는 추세다. 대박 영화는 극소수고 대다수는 쪽박을 차고 있다. ‘괴물’이 한국영화 최다관객 신기록을 세우는 등 올 한해 1000만명을 넘어선 영화가 두편 나왔지만 외화내빈인 셈이다.
한국영화가 공급 과잉 사태를 빚으면서 수준 이하의 작품들이 쏟아지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로또 식의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기성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에 편승한 일부 제작자가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벽돌 찍듯 영화를 찍어내는 중이다.
이같은 현상은 결국 한국영화 시장에 공급 과잉을 불렀고, 일부 양질의 작품에만 관객이 쏠리다보니 단 2주일을 못버티고 간판을 내리는 영화도 부지기수다. 또 메이저급 제작사들조차 스크린을 잡지못해 창고에서 썩히는 영화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관객들도 함량 미달 영화의 증가에 염증을 내고 있다. 영화 전문사이트이 집계하는 개봉후 네티즌 평점에서 5점 이하(10점 만점)의 평가를 받는 수준 이하 작품들이 부쩍 늘었다. 무비스트의 별점 순위 역대 최악의 영화 100편에는 올해 개봉 한국영화 가운데 ‘다세포 소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썬데이 서울’ ‘카리스마 탈출기’ 등이 진입했고 ‘구미호 가족’ 등 다수가 후보로 올라 있다. 흥행 보증수표라던 조폭 코미디마저 관객 하락세가 뚜렷한 실정이다.
올 한햇동안 국내에서 제작될 상업 영화는 대략 110편에 달한다. 예년 평균보다 최소 30여 편이 증가한 숫자다. ‘괴물’ 1290만명, ‘왕의 남자’ 1230만명 등 수백억원 고수익을 올리는 영화들이 생겨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는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야 영화 찍을 돈이 확보되면 언제건 ‘레디 액션’을 외치는 게 당연한 생리. 그러나 국내 영화시장 규모가 제한된 상황에서 마구잡이 영화 편수의 증가는 당연히 여러 병폐를 낳고 있다.
졸작의 양산으로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현장에서는 배우와 스탭 기근 도 심각하다. 현상이다. 주연급 스타 캐스팅은 물론이고 제작 편수가 늘어날수록 조연급 배우를 구하기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영화 한편에서 이성재, 유오성, 류지태, 강성진, 박영규, 김수로, 정준, 이요원 등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을 무더기로 구경할수 있던 시절은 옛일이다.
또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으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100억 원씩 쏟아붓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음에야 요즘 한국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30~50억 원 정도. 여기서 주연 한 두명에게 큰 몫을 떼어주고나면 조연 캐스팅이나 실제 촬영 비용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과유불급’. 최근 한국영화의 과열 분위기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격언을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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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왕의 남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