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0·요미우리)의 일본 잔류는 탁견?'. '어깨가 강한가', '송구는 정확한가', '수비 범위는 넓은가'. 빅리그 전문가 스즈키 요스케는 2005년 겨울 펴낸 이란 저서를 통해 빅리그가 기본적으로 노리는 일본 선수의 요건을 다음 3가지로 압축했다. 즉 수비와 주루가 일단 인정받아야 영입 대상으로 고려된다는 의미다. 그 근거로 저자는 일본 최고의 홈런타자로 군림하던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조차 빅리그로 건너가서는 40홈런 이상을 단 한 시즌도 기록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반면 신조 쓰요시(은퇴)는 외야 수비와 주루 능력을 인정받아 뉴욕 메츠와 샌프란시스코를 옮겨다닐 수 있었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다구치 소(세인트루이스) 같은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생존력이 긴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 논리로 이 책은 마쓰이 가즈오(현 콜로라도)가 뉴욕 메츠에서 먹튀 취급을 받은 결정적 이유도 수비 적응 실패로 봤다. 아울러 저자는 여지껏 일본 야구가 배출하지 못한 유일한 빅리그 포지션이 1루와 3루인 점을 적시했다. 수비보다는 공격력으로 기용되는 자리에 일본 선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내린 저자의 결론은 '그럼에도 꼭 빅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일본 선수는 외야수 전향도 고려해야 한다. 연봉의 대폭 삭감도 각오해야 한다'라고 결론지었다. 저자는 300만 달러 연봉을 제시하는 구단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고 모 스카우트는 "30만~50만 달러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까지 발언했다. 실제 저자는 개별 선수의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퍼시픽리그 최고 1루수라 할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에 대해 '풀타임 1루수 자리를 따낸다면 100만~150만 달러, 외야수를 겸한다면 100만 달러' 정도로 평했다. 롯데 마린스 시절 이승엽을 밀어내고 주전 1루수로 뛴 후쿠우라 가즈야 역시 "50~100만 달러가 상한선"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저자는 마쓰나카에 대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5억 엔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인재이지만 메이저리그서도 같은 대우를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런 분석틀을 이승엽에게도 적용한다면 4년간 총액 30억 엔으로 추정되는 요미우리 만큼의 대우를 해줄 구단이 빅리그에서 나왔을지도 의문스럽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고 이승엽의 빅리그행 불발로 동양 선수의 1루수와 3루수 성공 사례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 듯하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