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관은 '동양 특급 투수들과 보스턴을 좋아해?'
OSEN 기자
발행 2006.11.29 16: 01

2005년 4월 30일 텍사스 레인저스가 아메리퀘스트 필드 홈구장에서 ‘전통 명문 강호’인 보스턴 레드삭스를 7-2로 완파한 후의 일이었다. 이날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주역이 된 ‘코리안 특급’ 박찬호(33)는 클럽하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도중 박찬호는 뜬금없이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현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박찬호는 “전날 밤 한국으로부터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힐 대사는 ‘나는 너의 열렬한 팬이지만 보스턴전에서는 살살해 달라. 보스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팀’이라며 쾌투 격려와 은근한 압력(?)을 가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힐 대사의 은근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부상에서 재기를 노리던 박찬호는 이날 보스턴전서 쾌투로 시즌 3승을 따낸 후 인터뷰 말미에 힐 전 대사와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힐 대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네요”라며 웃었다. 힐 차관보는 보스턴 출신으로 레드삭스의 광팬이라고. 대사 시절 박찬호가 귀국해 있을 때 대사관으로 초청해 캐치볼을 하는 등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힐 차관보는 한국에 근무한 경력이 있고 지금도 6자회담 미국 대표 등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인사라 박찬호의 팬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 국무차관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일본 특급 선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26)를 극찬하고 나서 관심을 끌었다. 지난 2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번스 미 국무차관이 뉴욕에서 가진 강연 도중 "마쓰자카는 세계 최고의 투수일지도 모른다"라고 언급하면서 마쓰자카와 보스턴의 계약 조기 타결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턴 지역의 대학을 졸업했고 열혈 레드삭스팬으로 알려진 번스 차관은 "마쓰자카의 영입을 계기로 보스턴이 한 번 더 월드시리즈에 우승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피력했다.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소속의 보스턴은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9년 내리 지구 우승을 내줬지만 2004년 와일드카드를 따내 8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성공했다. 이처럼 미국 외교관이면서 보스턴 레드삭스 광팬인 두 인사가 한국과 일본의 특급 투수들의 팬으로서 보스턴을 응원하는 모습에서 메이저리그가 미국 사회에서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미국 고위 외교관의 ‘보스턴 레드삭스 사랑’은 지난 해 미국에서 개봉한 ‘Fever Pitch'(날 미치게 하는 남자)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광팬인 남자 주인공이 애인보다도 야구를 더 사랑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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