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현대 선수들이 아니었다. 11월 30일 도하의 비극은 이젠 한국 야구가 실력에서 완전히 대만에 눌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마운드 집중력 기동력에서 대만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대만전에서 나타난 한국대표팀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김재박 감독의 '스몰야구'도 선수들의 작전 수행 능력 부족으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특유의 번트나 치고 달리기, 도루는 실패하거나 나오지 못했다. 아무래도 각 팀에서 모인 선발 선수들인지라 김 감독 야구를 빚어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이날 대표팀은 모두 네 번의 번트를 시도했으나 한 차례만 성공했다. 2회말 무사 1루에서 이진영의 번트가 투수 머리 위로 뜬 공이 됐다. 이진영의 적시타로 2-3으로 추격한 6회말에는 박재홍의 번트가 투수 앞으로 굴러가 1루주자 이진영이 2루에서 포스아웃 됐다. 7회말 무사 1루에서 박진만의 번트 역시 1루주자 조인성의 2루 포스아웃으로 이어졌다. 3회말 무사 1루에서 이용규의 희생번트만 성공했을 뿐이었다. 대표팀은 이날 단 한 개의 도루도 기록하지 못했다. 발빠른 주자들인 이용규 정근우 이병규의 출루율이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8회 이병규가 선두타자로 뒤늦게 출루했지만 2-4로 뒤진 상황이라 뛰지 못하고 후속타자의 한 방을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았다. 반면 대만은 기습적인 도루 2개로 손민한을 쥐고 흔들었다. 4회초 홈런과 2루타를 얻어맞고 흔들리던 손민한과 조인성 배터리는 천진펑의 3루 도루를 막지 못했고 또다시 린즈성의 2루 도루도 허용했다. 두 개의 도루는 투수 손민한과 포수 조인성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었다. 김 감독은 설욕을 다짐했던 대만에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자신이 10년 넘게 조련해 자신의 의도대로 척척 움직여주었던 현대 선수들이 그리웠을 것이다. 그들은 번트, 히트앤드런, 진루타 등 상황에 맞게 기계처럼 움직였던 김 감독의 전사들이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