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추신수 배제 원죄론'서 자유롭지 못해
OSEN 기자
발행 2006.12.01 09: 15

"글쎄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요". 지난 9월 5일 인천 문학구장. 전날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 명단을 발표했던 김재박 당시 현대 감독은 SK전에 앞서 추신수(클리블랜드)를 추가 발탁할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별로 달갑지 않다는 듯 이렇게 한마디 했을 뿐이다. 김 감독이 직간접적으로 밝힌 '추신수 선발 불가'의 2가지 이유는 첫째 "추신수를 완벽히 모른다"와 둘째 "가급적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고 싶어서"로 압축된다. 추신수의 경우는 구대성(한화) 김동주 홍성흔(이상 두산) 등 김 감독이 애당초 뽑고 싶었음에도 참가를 고사한 선수들과는 달리 "선발만 되면 뛰겠다"는 자세였다. 24살인 그 역시 병역 면제 혜택이 절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김 감독의 '추신수 배제'는 나름의 타당성을 지닐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선수 선발의 권한은 전적으로 감독에 있고 감독은 성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필연적 논리를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 논리를 거부한다면 대표팀 선수와 감독 선발은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고는 못 뽑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론은 김 감독의 선택을 받아들였고 11월 코나미컵서는 삼성이 대만의 라뉴에게 패하자 아시안게임서 설욕해주기를 한마음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만전 2-4 패배. 사실상 금메달은 불가능해졌다. 만에 하나 금메달을 따더라도 '내상'은 이미 깊다. 결국 결과로 심판받는 대표팀 감독 자리인지라 김 감독은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추신수가 나왔더라도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말이다. 병역 혜택을 가급적 국내서 뛰는 선수들에게 주고 싶어 추신수를 제외했던 김 감독이지만 결과는 '자기 새끼들'까지 다 군대에 가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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