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007, 무결점 영웅의 틀을 깼다
OSEN 기자
발행 2006.12.01 09: 45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여러 명이 연기했지만 늘 한결 같았다. 신사같은 외모에, 각종 첨단장비로 무장한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도 얼굴에는 작은 흠 하나 없었다.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이다. 그러나 올 연말 개봉을 앞둔 ‘007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는 다르다. 침착했던 과거의 제임스 본드의 모습은 없다. 그리고 첨단장비를 사용해 위기를 탈출하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부딪친다. 그리고 추격을 하다가 상처를 입기도 하고 피를 흘리고 얼굴에 흠집도 생긴다. 무결점이던 과거 영웅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007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에게는 애착이 간다. 심지어 ‘그래, 사람이라면 저래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누군가를 쫓기 위해 내달리는 모습, 고공의 타워에서 건너뛰기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뛰어내린 후 아파하는 모습이 그렇다. 영웅의 탈을 쓴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관객들과 조금은 더 가까운 그런 캐릭터라는 말이다. 특히 007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인 첨단장비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수륙양용자동차, 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계 등 그동안 007시리즈에 등장했던 장비들은 일종의 로망과도 같았다. 하지만 ‘007 카지노 로얄’에서는 차내에 구비된 휴대응급처치 기계나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몸 속에 넣은 칩이 전부다. 각종 장비에 의존하는 영웅이 아닌 몸으로 맞부딪치는 영웅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007 카지노 로얄’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성과를 거두고 있다. 진부하기까지 했던 007 시리즈가 제대로 탄력을 받은 건 영웅의 틀을 깬 또 다른 영웅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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