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컨트롤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은 마운드의 미숙한 컨트롤 때문에 대만에 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던지다가 갑자기 한복판이나 몸쪽 높은 실투가 나와 홈런 세 방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대만전 패배는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칼날 컨트롤이 아니라면 쉽게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남겨주었다. 지난 11월 제2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로 돌아가보자. 삼성은 대만 라뉴 베어스를 맞아 2-0으로 앞서다 2루타 4방을 맞고 동점을 내주었다. 임창용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6회초 1사 후 대만의 린즈성에게 도쿄돔 왼쪽 지붕 바로 밑에 맞는 대형 홈런을 얻어맞았다. 임창용의 변화구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치기 좋게 몸쪽 높은 쪽으로 흘렀고 린즈성은 여지없이 후려쳐 비거리 140m(일부에서는 150m가 넘었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로 발표된 큰 타구를 날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한국대표팀은 또다시 실투와 대만의 홈런에 눈물을 흘렸다. 손민한의 홈런 두 방은 거의 한복판에 던지다 맞았다. 모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밋밋하게 볼이 들어갔다. 좌우 상하로 날카롭게 꽂아들어가는 볼들이 아니었다. 장원삼이 맞은 세 번째 쐐기홈런도 볼카운트가 몰리자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던진 볼이 홈런으로 연결됐다. 두 선수의 컨트롤은 국내에서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잘 던지다가 나온 실투들이 모두 홈런과 장타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물론 시즌이 끝난 가운데 아무래도 100% 구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실투들이 이어졌고 결과는 너무나 뼈아팠다. 코나미컵이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타자들은 뛰어난 파워에 타격 기술도 상당히 발전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실투는 간단하게 장타로 연결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투수들은 스피드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컨트롤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코나미컵에 이어 또다시 대만에 당한 충격적인 패배는 한국야구, 특히 마운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올해 전례없는 투고타저를 만들었던 한국의 마운드가 아닌가. 그러나 컨트롤 난조를 보인 한국 마운드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을 뿐이었다. 한편으로 경쟁력이 별로 없는 투수력에도 맥을 못추고 투고타저의 현상을 보인 국내 타자들의 취약한 공격력 또한 코나미컵에 이어 다시 한 번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sunny@osen.co.kr 수비 훈련 중인 한국 투수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