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 ‘블레이드2’를 연출했던 길예모르 델 토르 감독의 신작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하 ‘판의 미로’)가 11월 30일 국내에 개봉됐다. ‘판의 미로’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자면 ‘과연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판타지 장르이지만 그 실체는 성인 관객들에게 어울리는 장면들이 많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만삭인 어머니와 함께 군인인 새아버지의 관저로 이사를 간다. 오필리아는 집 근처의 미로를 발견하고 그날 밤 요정을 따라 미로에 간다. 기괴하게 생겼지만 자신을 ‘판’이라고 소개하는 요정을 만나고 판으로부터 자신이 지하왕국의 공주였다는 말을 듣게 된다. 오필리아는 판으로부터 다시 공주로 돌아가기 위한 세 가지 미션을 제안받고 해결에 나선다. 이처럼 ‘판의 미로’는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한편의 동화와 같다. 지하세계의 공주였던 주인공이 미션을 거쳐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려한다는 내용은 충분한 흥밋거리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요정과 괴물들은 지금껏 보아왔던 요정이나 괴물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오필리아를 인도하는 요정도 아리따운 모습이 아닌 흡사 사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특히 판의 외형 또한 상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두 번째 미션을 수행하면서 만난 눈이 손에 달린 괴물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판의 미로’는 다소 잔혹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판의 미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판타지적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정규군 VS. 반군’이라는 현실적인 상황과 맞물려 있다. 게다가 오필리아의 아버지는 냉혹하고 잔인한 인물이다. 때문에 반군 게릴라로 오인해 주민을 죽이는 모습이나 부상당한 발을 절단하는 모습, 끔찍한 고문을 예감케 하는 고문도구들, 그리고 입이 찢어지는 대위(오필리아의 아버지)의 모습 등 영화 속에는 눈을 뜨고 보기가 약간 껄끄러운 장면들이 등장한다. ‘판의 미로’의 영화관람등급을 문제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판의 미로’를 보려거든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