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판을 치렀을 뿐인데 막판으로 몰린 격이 됐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2일(한국시간) 오후 3시 카타르 도하 알 라이안 스포츠클럽 야구장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2번째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 대만전 패배로 금메달 전선에 빨간 불이 켜져 자칫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이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내야 한다. 그리고 ‘진인사 대천명’의 심정으로 일본이 대만전서 승리해 주기를 고대해야 한다. 일본전 선봉장으로는 투타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들인 류현진(한화)과 이대호(롯데)가 나선다. 11월 30일 대만전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불펜만 왔다갔다하다 패배를 지켜보며 속이 상한 좌완 류현진은 일본을 상대로 분풀이를 할 태세다. 한국야구 ‘괴물 신인’의 위력을 발휘하며 트리플 크라운(다승 방어율 탈삼진)과 시즌 MVP 및 신인왕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또 22년 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홈런 타점 타율)을 달성하며 한국야구 최고 거포로 우뚝 선 이대호도 일본전에서 다시 한 번 불꽃타를 선보여야 한다. 이대호는 그래도 대만전서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4번타자다운 면모를 과시, 한국팀에 유일한 위안이 됐다. 류현진과 이대호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이 일본을 이기고, 일본이 대만을 이겨준다면 3국이 4승 1패로 동률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동률 팀간 경기의 최소실점팀이 우승이다. 만약 실점이 같다면 최다득점, 팀타율 순으로 순위를 매기게 된다. 일본전에서 실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스포츠는 1993년 10월 ‘도하의 기적’을 이미 한 번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미국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북한 이란 이라크 등 6개국이 도하에서 본선 티켓 2장을 놓고 싸웠다. 한국은 북한과의 최종전에 앞서 1승 2무 1패를 기록, 북한전 승패에 상관없이 자력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시에 벌어진 경기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먼저 이겼지만 일본이 이라크에 2-1로 앞서고 있어 풀이 죽어 있다가 이라크가 경기종료 직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로 월드컵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 기적을 맛봤다. 한국 야구도 같은 도시인 도하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기적’을 바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발판은 2일 일본전이 될 전망이다. 류현진-이대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