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화 이글스에서 ‘괴물 신인’ 류현진을 발굴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수희(51) 스카우트는 한때 방송해설자로도 입심을 발휘한 적이 있다. 일본야구에 일가견이 있는 배수희 스카우트가 방송해설을 할 때 한국야구와 일본야구의 스트라이크존에 관해 담뱃갑에 비유하며 ‘딱 맞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배수희 스카우트는 “한국야구 스트라이크존은 담뱃갑을 옆으로 눕혀 놓은 것이고 일본야구는 똑바로 세워놓은 것과 같다”고 비교한 바 있다. 즉 한국야구에서는 심판들이 스트라이크존은 좌우로 넓게 봐주는 편인데 반해 일본야구에서는 아래위로 후하게 스트라이크를 주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견해는 대부분의 한국 야구인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것이다. 이번 2006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11월 중순 부산에서 대표팀이 합숙훈련을 가지며 평가전을 치를 때 관전하러 온 이규석 대한야구협회 심판이사 겸 아시아야구연맹 심판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프로야구에서도 오랫동안 명판관으로 활동했던 이규석 위원장은 “아마야구 스트라이크존도 일본야구나 미국야구와 비슷하다. 특히 아래쪽 낮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는 경우가 꽤 있다. 좌우보다는 아래위로 스트라이크존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야구가 최근 ‘투고타저’로 흐르고 있는 요인의 하나로 스트라이크존을 들었다. 사실 일선 지도자들은 우리 심판들의 폭이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프로야구 구심들이 좌우로 너무 넓게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하물며 미국야구에서 뛰다가 온 외국인 타자들도 한국야구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꼽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폭을 좁히게 되면 타자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타격에 나설 수 있다. 또 투수들의 컨트롤이 더욱 정교해져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일부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게 되면 투수들에게 불리해지고 공격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며 반대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근년 들어 한국야구계의 최대 화두가 된 ‘공격력 약화’를 해소하며 좀 더 재미있고 화끈한 야구로 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세계야구 조류와도 동떨어지고 있는 판정 기준이어서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더욱 맥을 못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야구, 일본야구, 해외아마야구 등은 ‘담뱃갑을 세워놓고 있는’ 형국인데 우리만 ‘담뱃갑을 눕혀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공격력이 현저히 약해진 한국야구를 살리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야구계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sun@osen.co.kr 2006 코나미컵 개막전 진행을 맡은 한국-일본 심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