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단들이 대만에서 올 시즌을 보낸 우완 선발투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각축전의 대상이 된 주인공은 지난달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던 제 2회 코나미컵에 대만 라뉴 베어스의 선발투수로 출전한 케니 레이번(32)이다. 외국인 스카우트 시장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한국에서는 삼성 SK를 비롯해 4개 구단이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또 일본 구단들도 관심을 갖고 있어 한-일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번이 얼마나 대단한 투수이기에 이처럼 한-일 프로야구단들이 영입전을 벌이는 것일까. 사실 레이번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구단들은 “3년 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봐 왔던 선수다. 하지만 몸값을 너무 높게 불러서 데려올 수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그동안 ‘스카우트 관심대상 선수’였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가 레이번이 올해 대만에서 호성적을 거둔 데다 코나미컵서 일본 대표인 니혼햄 파이터스를 상대로 쾌투, 단번에 ‘가장 먼저 스카우트할 투수’로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이미 삼성이 영입을 위해 뛰어들었다는 설이 파다한 가운데 다른 모 구단은 ‘40만 달러를 제의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을 정도이다. 용병 연봉 상한선(30만 달러)을 뛰어 넘는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일본 구단들이 관심을 보이자 뜸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용병 스카우트 시장에서 일본 구단들과 경쟁이 붙으면 몸값과 환경이 좋은 일본행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스카우트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레이번이 한국 무대에 선보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고 만약 온다면 엄청난 뒷돈을 주고 영입하게될 것이라는 게 스카우트와 에이전트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국내 8구단 중 최소한 4개 구단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레이번은 지난달 10일 코나미컵 니혼햄전서 호투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투수다. 당시 레이번은 니혼햄 타자들을 상대로 7회까지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8회 어설픈 수비 탓에 1점을 내주며 강판했다. 7⅓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 비록 팀이 1-0으로 앞서 있다가 8회말 1-2로 역전패했지만 그의 호투는 인상적이었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레이번에 대해 "우리 팀 용병 투수들 보다 경기운영 능력과 자질이 두 수는 위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선 감독은 곧바로 구단에 레이번을 영입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구단은 올해 선발로 뛴 하리칼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내보냈다. 레이번은 빅리그 보다는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고 2005년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산하 트리플 A 바펄로(2승 무패)에서 뛰다 후반기에 일본 히로시마 카프 유니폼을 입고 11경기에 등판, 3승 5패 평균자책점 5.06을 거뒀다. 그리고 올해 대만 라뉴 베어스로 이적, 다승 3위(16승 5패) 평균자책점 2위(1.94) 탈삼진 4위(120개)를 기록하는 등 라뉴의 우승에 기여했다. 191㎝·103㎏의 큰 체구를 가진 레이번은 우완 정통파 투수로 직구 최고 구속은 150㎞에 이르고 체인지업이 뛰어나다. 일본과 대만야구를 경험해 동양야구에 익숙한 레이번이 과연 어디에 안착할 것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