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있다. 딸린 것이 주된 것보다 더 크거나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때 쓰는 말이다. 최근 열린 2006 MKMF와 제16회 서울가요대상은 두드러진 몇 가지를 보면 분명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상식이었다. 가요시상식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수상자보다는 시상자가, 공연보다는 퍼포먼스, 수상보다는 수상소감이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음반산업 위기론이 득세하고 있고 일부 대형가수들의 가요시상식 불참선언에 이어 MBC와 KBS에선 가요시상식을 아예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니 무리도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씁쓸함은 지울 수 없다.
▲수상자보다 시상자
주객이 전도된 가장 큰 이유에는 일부 대형가수들이 시상식 불참선언이 크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과 비, 이효리, 싸이, 이승철 등 큰 인물들이 나오질 않겠다고 하니 수상자에 대한 관심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대상들이 속속 빠지면서 수상자가 빤히 예측되는 긴장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오히려 수상자보다 게스트라고 할 수 있는 시상자들이 더 큰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MKMF와 서울가요대상도 수상자보다는 시상자들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MKMF 시상자로는 영화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개그맨 강호동, 가수 보아, 영화배우 김정은, 모델 박둘선, 격투기 선수 데니스강 등 각계각층의 인기스타들이 참석했다. 서울가요대상 역시 만화가 이현세, 영화배우 최정윤, 개그맨 컬투, 탤런트 임예진, 가수 김수철, 야구 선수 박용택, 탤런트 소유진 등이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객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오디오보다 비디오
가요시상식의 주인공은 한해를 빛낸 가수들이다. 이들을 수상자로서 이름을 불리게 하는 것은 한해를 빛낸 노래다. 하지만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시상식에서 음악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노래보다도 볼 기회가 흔치 않은 특별 공연. 2006 MKMF와 제16회 서울가요대상도 댄스와 퍼포먼스 같은 특별 공연이 더 큰 재미를 선물했다.
MKMF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김옥빈과 이승기의 커플댄스. 올해 MKMF 시상식 사회를 맡은 김옥빈은 ‘맷돌 춤’을 유행시킨 CM곡에 맞춰 섹시 웨이브를 선보이다 이승기와 앙상블을 이뤄 섹시 커플댄스로 공연장을 후끈 달궜다. ‘한국의 마돈나’ 엄정화의 히트곡메들리도 객석에 큰 볼거리를 선물했으며 고 유재하를 기리는 후배 가수들의 축하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가요대상에서도 신인그룹 슈퍼주니어가 영화 ‘황비홍’의 주제곡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블랙컬러의 미니드레스를 입은 백지영이 섹시댄스로 객석을 흥분시켰다. 뿐만 아니라 MC몽은 4년 만에 피플크루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특별 공연을 장식했다.
▲수상보다 소감
가요시상식뿐만 아니라 최근 시상식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이다. 올해 시상식 역시 지난해에 이어 ‘황정민의 밥상’ 수상소감이 인기다. “잘 차려놓은 밥상에서 그저 맛있게 떠먹기만 했을 뿐”이라는 소감이 제16회 서울가요대상에서도 어김없이 나왔다. 스포츠서울 공로상을 수상한 캔은 “그저 차려놓은 밥상을 우리가 떠먹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알아서 잘 떠먹도록 하겠다”고 밝혀 웃음꽃을 피웠다.
이외에도 성인가요상을 수상한 송대관이 “내년부터는 후배들에게 상을 양보하겠다”는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oriald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