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는 한국 야구에 있어 '비극의 무대'가 아니라 아예 '무덤'이었다.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2일 사회인 야구팀과 대학선수로만 구성된 아마추어 일본팀에게조차 7-10으로 끝내기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금메달은 커녕 동메달이나 바라봐야 할 처지로 몰락했다. 방송 중계를 담당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패전 직후 말대로 "한국야구의 국치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치명적 망신을 당했다. 지난달 30일 대만전 패배 이어 2일 일본전 연패로 한국 야구는 지난 3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전승 4강 영광부터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 대장정을 통해 쌓아놓은 업적을 단 2경기 졸전으로 전부 까먹어 버린 셈이다. 아울러 한국 야구가 보여준 세계적 경쟁력은 프로야구라는 근본 토대가 아닌 이승엽(요미우리)과 박찬호(샌디에이고) 김병현(콜로라도) 서재응(탬파베이) 등 극소수 해외파 야구 영웅들에 힘입은 것임을 고백한 꼴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최근 일련의 국제전 연패는 한국 프로야구에 낀 거품을 만천하에 드러낸 계기가 돼버렸다. 아마추어가 출전했어도 얻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오게 됐으니 말이다.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을 목표로 호기롭게 출범한 김재박 호는 실질적 결승전인 대만전부터 2-4로 리드 한 번 못잡다 패하더니 일본에도 9회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맞고 침몰했다. 특히 일본전에는 2006년 투수 3관왕이자 신인왕-MVP를 동시 차지한 류현진이 선발로 나왔고 '아시아 한 시즌 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오승환을 마운드에 투입하고도 이런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 마운드는 홈런 3방에 볼넷 11개 포함 4사구 12개라는 숫자를 남겼다. 바람부는 알라얀 구장에 적응하지 못해 투수와 수비진은 허둥댔고 대만인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도 경기 끝까지 적응하지 못했다. WBC 4강 확정 이후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006년 관중 동원 400만 명 복귀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2007년 시즌 팬들의 외면을 걱정할 처지로 몰렸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