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이변의 주역'서 '희생양'으로 전락
OSEN 기자
발행 2006.12.02 19: 58

흔히 "구기 종목은 작은 공을 가지고 하는 경기일수록 이변이 잦다"라고 한다. 정말 가만히 따져 보면 타 구기 종목에 비해 공 크기가 작은 야구는 유독 변수가 많다. 지난 3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만 돌이켜 봐도 한국조차 '한 수 위'라고 인정했던 일본을 두 번 연속 이겼고 메이저리그 톱 클래스 스타들이 망라된 미국마저 깼다. 미국은 당시 한국은 물론 멕시코에도 패해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에 앞서 1라운드에서는 캐나다에 패해 조 2위로 8강리그전에 진출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밖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일본이 쿠바를 깨놓고도 호주에 덜미를 잡혀 금메달을 놓쳤다. 한국이 2003년 겨울 삿포로에서 열린 아테네 올림픽 지역 예선 때 대만에 뭐에 홀린 듯 역전패 당한 것도 야구의 의외성을 드러내준다. 그러나 2일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서 한국의 일본전 패배는(그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만) 이 기준을 들이대더라도 믿기 힘든 이변이다. 대만이야 궈훙즈(LA 다저스)-장젠밍(요미우리) 등 해외파 투수가 총투입됐고 타선 역시 '대만 드림팀' 수준이었다 치더라도 일본은 프로 선수 단 1명 없는 사회인-대학생 연합의 순수 아마추어 팀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시리즈를 4번 우승한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류현진-오승환-이병규-이대호-이진영-박진만-박재홍 등이 포함돼 있다. 해외파가 빠졌다 해도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팀으로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타자들은 일본 실업팀 투수들의 유인구 변화구에 번번이 속았고 투수들은 9회말 끝내기 스리런 포함홈런만 3방을 맞았다. 4사구를 12개 내줬으니 어쩌면 이날 경기를 진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이 실력이 모자라 일본 실업선발에 진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이변이 있어서 재밌다 할지라도 막상 한국이 그 희생양이 되니 WBC 때와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sgoi@osen.co.kr 지난 3월 WBC 8강리그 일본전서 결승타를 치고 환호하는 이종범.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