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자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 한국야구가 2006 아시안게임서 대만과 일본에 연패하며 충격에 빠졌다. 일본의 경우 아마추어인 사회인 및 대학 선수들이 출전했음에도 일격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당했다. 한국 대표팀은 한국야구에서 최고를 자랑했던 ‘믿었던 투수들과 타자들’을 앞세웠지만 이들은 기대에 못미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업적을 이룬 명장 김재박 감독도 2003년 아시아선수권(삿포로)의 치욕을 씻겠다며 별렀지만 제대로 된 지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패장의 짐을 지게 됐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또 치르면서 드러난 한국야구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실패했다고 낙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번 대회 실패를 통해 한국야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야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 및 마련에 야구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각종 국제대회 대표팀 구성 방안, 타자들의 공격력 및 투수들의 컨트롤 강화를 위한 스트라이크존 변경,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 선수제도 개선, 침체에 빠진 유소년 야구 활성화, 팬서비스 강화를 위한 구장시설 개선 등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충격에서 벗어나 팬들의 사랑을 회복하며 중흥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실무 행정의 총책임자로 아시안게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지켜본 하일성 사무총장은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야구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안게임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하 총장은 "스트라이크존, 공인구 규격, 유소년 육성 문제 등을 야구인들과 상의하고 이를 종합해 KBO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하 총장은 현재 한국야구에서 적용되는 좌우 폭이 넓은 현행 스트라이크존을 상하 폭이 넓은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그리고 국제대회 스트라이크 존으로 변경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래서 낮은 볼과 유인구에 타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 현재 자율에 맡기고 있는 공인구의 규격도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투수들의 경우 던지기 편한 작은 공을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한국에서보다 큰 공이 공인구로 쓰이므로 타격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규격이 큰 공을 공인구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야구가 하루 빨리 개혁안을 마련하고 실천, ‘도하의 참사’를 딛고 다시 일어나기를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