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이제 공은 박찬호(33)에게 넘어왔다. 원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연봉조정을 제의함에 따라 이를 받을지 말지 여부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오는 8일이 데드라인이어서 시간이 있지만 이제 박찬호는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한다. 본인의 희망대로 샌디에이고에 잔류해 1년을 더 뛰고 싶다면 구단의 조정신청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나 '미쳐가는' 스토브리그를 염두에 두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면 '도전'을 해도 충분하다. 아무 언질이 없다가 느닷 없이 연봉조정을 제의한 샌디에이고의 의사는 명확하다. '싼 값에 박찬호를 1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홈페이지는 '박찬호가 조정신청을 받아들이면 내년에도 선발투수로 활약할 것'이라고 전망할 만큼 그는 효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잔류할 경우 박찬호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완벽하게 재기한 뒤 내년 겨울을 기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100% 입증한 뒤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다년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박찬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시나리오 1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박찬호는 최근 한국을 떠나기 전 "1년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박'을 해볼 수도 있다. 몸값을 상당 부분 깎으려 할 게 뻔한 샌디에이고의 손길을 거부하고 시장을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선 메이저리그에서 공만 던질 줄 아면 수백만 달러를 우습게 벌어들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펜투수들의 평균 몸값이 200만∼300만 달러를 오가고 웬만한 선발투수라면 500만 달러 이상 계약을 손쉽게 이끌어낸다. 더구나 단기계약도 아닌 2∼3년짜리 다년 계약이 다반사가 됐다. 상황이 이러한 까닭에 눈길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게 집중된다. 박찬호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그의 의중이 어떠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찬호는 "시즌을 마친 뒤 에이전트와 상의한 끝에 내가 평범한 투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만 해도 보라스는 박찬호가 큰 돈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한 셈이다. 그러나 보스턴 레드삭스가 마쓰자카 다이스케(26.세이부) 포스팅 금액만 무려 5110만 달러를 베팅한 것을 시작으로 올 겨울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이 저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시점에서 보라스가 당초 입장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그 누구보다 시장의 작동원리를 꿰뚫고 있는 그가 이번 오프시즌처럼 '하늘이 내린 기회'를 스스로 걷어찰 확률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계약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자신의 의뢰인과 직접 비교 가능한 선수들의 사례를 들어 만족할 만한 계약을 얻어내는 건 그의 '전매특허'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1000만 달러를 원할 것이며 연봉조정 제의를 거부할 것이라는 사실을 샌디에이고는 알아야 한다'는 지역 신문 의 전망은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감'이 밑바탕에 깔려있기에 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잔류 또는 시장 노크'라는 양자택일의 시간은 이제 4일 남았다. 샌디에이고의 연봉조정 제의를 거부하더라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재교섭이 가능한 점, 시장에서 '협상만 잘 하면' 기대 이상의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찬호와 보라스의 선택은 어찌 보면 자명해 보인다. 다만 마쓰자카부터 시작해 워낙 많은 선수들의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어 박찬호만 전적으로 챙길 수 없다는 점이 이들의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일 듯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