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속여서’ 웃음 주는 예능 프로그램들
OSEN 기자
발행 2006.12.06 09: 16

귀신 같은 손놀림으로 노래 한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큐브 조각을 맞추는 젊은이, 청와대 레드카펫을 하루만에 떴다는 손 뜨개질의 대가, 20일만에 30kg을 뺐다는 초고속 다이어트 천재(?)…. 12월 5일 밤 방송된 SBS TV ‘유재석의 진실게임’에 나왔던 출연자들의 면면들이다. ‘스피드’가 주제인 이날 방송에서 진실의 주인공은 초고속 다이어트를 성공시킨 청년이었다. ‘진실게임’은 희한한 재주와 생김새, 또는 사연을 지닌 출연자들이 패널과 시청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데서 재미를 찾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다들 그럴듯한 연기와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진짜’를 골라내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 목적이지만 사람들은 출연자들의 진짜 같은 거짓말에서 재미를 찾는다. 출연자들이 내세운 ‘진실’의 진위 여부를 놓고 종종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진짜 같은, 또는 믿기 어려운 사연을 지닌 보통 사람들(물론 개중에는 연예인 지망생 같은 어떤 목적을 지닌 이들도 있다)과 그들이 능청스럽게 그려내는 집단 눈속임이다. KBS 2TV ‘해피투게더 프렌즈’도 속임수에서 ‘오락’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연예인 출연자들의 가물가물한 옛 기억을 주 소재로 삼고 있다. 친구 내지는 가짜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내가 진짜 친구’임을 주장한다. 그 속에서 진짜 친구를 가려내지 못해 당황하는 출연자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진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아닌 듯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야 하고 출연자의 과거를 조사한 뒤 그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친구임을 강변하기도 한다. 때로는 끝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주인공이 야속해 눈물을 보이는 ‘진짜 친구’들도 있다. 유명 연예인의 옛 사람 찾기는 이미 그 전부터 있어왔지만 ‘해피투게더 프렌즈’는 기존 형식에 오락적 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집단 속임수를 통해서다. 아예 대놓고 속이기를 작정한 프로그램도 있다.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돌아온 몰래카메라’ 코너가 그렇다. 속임수의 명수가 된 제작진은 갈수록 ‘속임’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볼링게임을 하는 가수 전진이 감쪽같은 속임수의 희생양이 됐다. 볼링핀을 얹은 판을 흔들어 퍼펙트 게임을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전진의 기분을 들었다 놨다 했다. 단순히 그럴듯한 상황을 연출해 출연자를 당황하게 만들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지능적인 속임수다. ‘속임수’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들은 일종의 공범의식을 갖고 있다. 속임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출연자가 속아넘어가는 내용을 관찰자의 처지에서 지켜보면서 즐긴다. ‘진실게임’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시청자들조차도 누가 ‘진짜’인지 모른다. 이 경우는 시청자도 패널들과 마찬가지로 ‘속임’의 대상이 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사람들이 용인하고 있는 ‘하얀 거짓말’, 즉 선의의 거짓말을 오락의 단계로 끌어올린 것들이다. 악의 없이 펼치는 일종의 깜짝쇼에 해당된다. 의외성에 착안해 사람들을 웃기는 작업은 코미디의 고전적인 수법이다. ‘하얀 거짓말’도 어쨌든 거짓말이기 때문에 이들 프로그램들은 종종 논란의 주역이 되기도 한다. 문제가 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적당한 수위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집단 속임수들은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세 프로그램이 모두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0c@osen.co.kr SBS '진실게임'(위)과 KBS 2TV '해피투게더 프렌즈'의 녹화장면.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