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스크린을 떠났던 중견 연기자 문성근이 최근 1년새 5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몰아치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말 '오로라 공주'를 시작으로 올 여름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에서 친일파 총리 역을 맡더니 범죄 스릴러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작은 연못' '수' 등을 연달아 찍었다. 노근리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과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하드보일드 액션 '수'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영화계로 복귀하며 "그동안 연기에 배가 고팠다"는 소감을 밝혔던 그가 먹성좋게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에서는 잠깐 목소리 연기로 깜짝 출연까지 했다. 그의 최근 출연작 가운데 화제를 모을만한 영화는 '수'. 하드보일드의 세계적 거장 최양일 감독의 첫번째 한국 영화가 될 '수'에서 문성근은 마약조직의 보스 구양원으로 절대 악을 연기했다. 기름을 발라 뒤로 넘긴 올백 헤어스타일에 이죽거리는 미소, 한쪽으로 비뚤어진 야비한 눈매가 영락없는 조폭 두목이다. 문성근이 영화에서 악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악역 연기에서 천부적인 자질을 드러냈다. 1997년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가 그 대표작이다. 한 시골 마을 건달 조직의 보스인 배태곤을 연기한 그는 소름 끼칠 정도로 냉혹하고 비열한 악인의 표본을 선보였다. '질투는 나의 힘'(2002년)에서도 얄팍한 힘으로 부하 직원들을 농락하는 편집장으로 나와 인간의 양면성을 표출했고, '한반도'의 매국노 총리 역시 화이트 칼라 악당으로 적역이었다. 그런 그조차 "연기 인생 20년 중 가장 지독한 역할"이라고 털어놓은 게 '수'의 조폭두목 구양원이다. 어린 소년들을 데려다 마약 밀매상으로 키우고 배신자는 가차없이 제거하는 냉혈한을 연기했다. '무간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 '디파티드'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악당이 연상될 듯. 철저하게 망가진 모습으로 최양일 감독의 기대작에 출연한 그의 새로운 변신이 기대된다. mcgwire@osen.co.kr 트리쯔클럽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