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양다리 걸치는 것 같더니". KIA가 올해 14승을 올린 외국인 투수 그레이싱어(31)를 일본으로 유출당한 뒤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잔류시키기 위해 갖은 공을 들여왔지만 일본의 공세에 놓치고 말았다. 6일 일본 의 보도에 따르면 그레이싱어는 센트럴리그 야쿠르트 스월로스 입단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식 발표만 남았을 뿐 입단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마친 것으로 보인다. KIA는 무엇보다 팀의 에이스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15승을 따내는 투수인 데다 타선 지원만 받으면 17~18승까지 가능하다. 올해 12패 가운데 아깝게 승리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이런 투수가 사라졌으니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시즌 15승짜리 투수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차이는 크다. 연패를 끊을 수 있고 승수를 챙기는 에이스는 장기레이스에서 절대 필요조건이다. 그레이싱어는 내년 시즌 김진우 윤석민 이상화 등과 함께 KIA의 선발진을 이끌 대들보로 꼽혔다. KIA는 올 연봉 30만 달러에서 최소 100% 이상 인상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종료와 함께 그레이싱어는 잔류 가능성이 낮아보였다. 아버지의 병환을 내세워 계약 의지를 보이지 않은 데다 KIA측의 제시 조건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KIA는 그레이싱어가 일본 구단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실제로 들어맞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만족할 만한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자꾸 미루고 일본쪽에 양다리를 걸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도 힘들게 재계약했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지만 본인이 일본으로 간다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장 KIA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아야 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미 그레이싱어의 재계약 불발을 예상하고 후보들을 리스트업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그레이싱어만한 투수가 있을지 고민스러운 대목. KIA는 창단 이후 레스 리오스 그레이싱어 등 외국인 투수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과연 KIA가 그레이싱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