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FA 시장을 테스트해보기로 결정한 박찬호(33)는 과연 어느 곳에서 '빅리그 3기'를 시작할까. 샌디에이고의 연봉조정 제의를 거부한 박찬호는 이제 선택만이 남았다. 어쩌면 선택받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선수측의 적극적인 홍보와 더불어 구체적인 영입의사를 나태내는 구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당초 원했던 샌디에이고의 조정 제의를 거부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입장으로 변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스스로 몸을 낮출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보다 내놓을 것 없는 경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다년계약과 수천만 달러를 확보하는 현실에서 이제는 떳떳하게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단의 조정 제의를 거부한 배경에는 몸값을 '후려치려는' 꼼수를 거절함과 동시에 이 같은 자신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는 박찬호가 조정제의를 거절하자 은퇴를 결심했던 베테랑 좌완 데이빗 웰스를 잡기 위해 손길을 뻗치고 있다. 좌완 선발 보강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원래 배리 지토 영입을 크게 희망했지만 그의 요구수준이 총액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자 발을 뗐다. 대신 다소 저렴한 가격에 붙잡을 수 있는 웰스를 잔류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듯하다. 9일(한국시간) 에 따르면 케빈 타워스 단장은 웰스 재계약 의사를 비쳤고 웰스측은 돈만 많이 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찬호는 현재 2∼3개 구단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에이고측과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여러 정황상 파드리스 잔류 가능성은 다소 낮아보인다. 한국 체류 당시 박찬호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구단을 선호하지만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이라면 어떤 곳이든 상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샌디에이고를 떠난다고 가정할 때 NL 서부지구에서 그를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은 몇개 되지 않는다. 선발로테이션이 공백이 생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정도 뿐이다. 그러나 제이슨 슈미트의 LA 다저스 이적으로 에이스 보강이 시급한 샌프란시스코가 박찬호 영입에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는 역시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시애틀도 여전히 주목 대상이다. 시애틀은 로테이션의 2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몸값 비싼 지토에게 선뜻 접근하기 어렵고 군침을 흘렸던 슈미트를 다저스에 빼앗겨 허탈해 하고 있다. 박찬호가 세이프코필드에서 꽤나 잘 던진 점, 시애틀이 필요로 하는 중간급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면이 적지 않다. 시애틀 지역언론도 이 때문에 '영입 가능 후보'로 꾸준히 박찬호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카 도모가즈, 미겔 바티스타 등 박찬호보다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에게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게 추측이 불과하다. 어떤 구단과 어떤 선에서 협상이 오가는지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서부지구 구단이 아닌 중부 또는 동부지구의 어떤 구단이 박찬호를 내심 탐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찬호는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열심히 할 수 있는 구단이면 된다"고 했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뛸 수 있고, 그런 그에게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구단은 어디일까.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