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우승의 한(恨)을 주니치에서 풀 수 있을까. FA 이병규(32)가 10일 주니치와 2년 계약에 합의, 선동렬-이종범-이상훈에 이어 역대 4번째 한국 프로야구 출신 주니치 선수가 됐다. 주니치는 오른손 용병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좌타자에 홈런타자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병규를 잡는 쪽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1997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이병규는 프로 10년 통산 1164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 1푼 2리, 1435안타, 123홈런, 684타점, 134도루, 405볼넷, 601삼진을 기록하고 일본에 진출하게 됐다. 이 사이 이병규는 타격왕, 최다안타왕, 골든글러브, 신인왕 등을 휩쓸었고 1999년에는 서울팀 최초로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국가대표로서도 이병규는 1998 방콕,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6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 멤버 등을 역임, 국제전에서도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렇듯 LG 10년간 선수로서 누릴 영예는 다 누려본 듯한 이병규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만큼은 단 한 차례도 이뤄내지 못했다. 1997년과 1998년, 2002년에는 한국시리즈에 나갔으나 잇따라 실패했고 2000년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퇴했다. 2003년 이후로는 4년 연속 4강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반면 이병규가 새로 입단하는 주니치는 2003년 이후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4년과 2006년에는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03년과 2005년은 리그 2위였다. 이병규 영입에 영향력을 행사한 오치아이 감독은 2004년 취임했다. 그러나 주니치 역시 풀지 못한 숙원이 남아있으니 바로 일본시리즈 우승이다. 2004년에는 세이부에 3승 4패로 석패했고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듣던 올해에도 니혼햄에 1승 4패로 패퇴했다. 이로써 주니치는 아직도 지난 1954년 일본시리즈 제패가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으로 남아 있다. 이 우승 이후 주니치는 1974년 요미우리의 V9(9년연속 우승)을 끝내고도 롯데에 패한 것을 시발로 1982-1988-1999-2004-2006년 내리 실패했다. 선동렬-이상훈-이종범 '주니치 3총사'가 버티던 1999년에도 다이에(현 소프트뱅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치아이 감독은 일본시리즈 패배 뒤 "52년이라는 세월의 벽에 튀겨나가 버린 것 같다"라고 중압감을 토로했다. LG 선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 빼고는 다해 본 이병규가 오직 일본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주니치와 얼마나 궁합이 맞을지 주목된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