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봉준호 웃고, 김기덕 홍상수 울었다
OSEN 기자
발행 2006.12.11 08: 16

올 한해 40대 연년생 감독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이준익(47)은 활짝 웃고 김기덕(46)과 홍상수(45)는 울었다. 곽경택(41)도 부진을 면치못한 한해였다. 봉준호 최동훈 등 30대 신진 기수들이 무서운 기세로 충무로를 장악하는 가운데 한창 뛰어야할 40대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양상이다. 지난 10여년동안 한국영화계의 최강자였던 강우석 감독은 '한반도'로 7월 극장가에서 1주일차 개봉으로 봉준호와 정면 격돌, 참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오랜 비주류 생활을 벗고 '왕의 남자' 한편으로 스타 감독이 됐다. 개봉당시 흥행 기대작으로 꼽히지 못했던 이 영화는 1230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상반기 한국영화 시장을 이끌었다. 신인 이준기는 '왕의 남자' 한편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중견 연기자 감우성은 자신의 연기 세계를 확실히 인정받는 계기였다. 빚에 시달리던 이 감독은 초대박 흥행을 하고도 바로 후속작 '라디오 스타'를 찍어 추석 대목 때 개봉했다. "빚쟁이에게 쫓기던 참이라 쉴 틈 없이 촬영 계획을 잡았었다"던 그는 안성기 박중훈을 앞세워 마음 훈훈해지는 수작을 뽑아냈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 등에 눌려 크게 흥행은 못했지만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감독의 흥행 자질과 연출 솜씨가 절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인 것이다. 이번에는 홍상수 감독도 내심 흥행 기대를 했을 것이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후로 이제 7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이다. 스크린에 데뷔하는 톱스타 고현정을 비롯해 김승우, 송선미, 김태우 등 출연진도 나름대로 구색을 갖췄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극장전’ 등 제목부터 왠지 무겁고 범상찮아 보였던 전작들과 달리 ‘해변의 여인’은 이름부터 통속적이다. 그 결과는? 8월 31일 개봉 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5위로 가능성을 보이는듯 하더니 둘째 주부터 날개없이 추락했다. 최종 관객수는 20만 명대. 김기덕과 마찬가지로 한국 영화계에서 자기 색깔의 작가적 작품을 내놓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한계도 여기까지다. 스타를 캐스팅하고, 관객 입맛에 맞도록 화학조미료 약간 넣은 스토리 전개를 선보였지만 흥행 수위는 20만명이 힘겹다. ‘해변의 여인’보다 한 주 앞서 8월 24일 '시간'을 개봉한 김 감독은 소수 상영관으로 4만 여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전작들에 비하면 적지않은 관객수지만 김 감독의 희망인 '20만 명'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올해 "한국에서는 더 이상 내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며 관객 수준을 운운하는 '설화'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나중에 해명을 하기는 했지만 그를 아끼던 팬들과의 사이에 상처를 남겼다. '친구'로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물꼬를 텄던 곽경택 감독은 장동건 이정재를 앞세운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태풍'(2005년 12월14일 개봉)이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동시에 외면받았다. 2003년 '똥개'로 재기하는가 싶더니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본 셈이다. 거꾸로 세대 교체를 노리는 30대들의 약진은 무섭다.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로 40대의 자존심을 세우나 했더니 30대 봉준호가 여름 한철 '괴물'로 간단히 기록을 깨버렸다. 충무로의 소문난 이야기꾼 최동훈이 바통을 이어받아 '타짜'로 18세이상 관람가 역대 흥행 2위 자리를 꿰찼다. 곽 감독의 '친구'를 넘어서기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35)도 주목을 끌었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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