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FA 이병규(32)의 주니치 입단 기자회견장에 예상을 깨고 LG 트윈스 홍보팀 직원들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도대체 왜 이병규가 LG 잔류를 거절하고 주니치행을 택했는지'를 직접 듣고 싶어 온 눈치였다. 그리고 회견장에 등장한 이병규는 솔직하고 쿨한 특유의 스타일로 소회를 밝혔다. 어투 때문에 횡설수설하는 이미지이지만 실제 글로 정리해 보면 이병규의 확고한 주관이 느껴졌다. 이병규는 주니치행에 대해 "'국제용'이란 말씀을 주위에서 해주셔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실력이 해외 나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10년 야구하면서 관심은 있었는데 마침 주니치에서 관심을 보였다. 선수라면 더 나은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법이니까 끌렸다"라고 언급, 일본행을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않았음을 전제했다. 이어 이병규는 주니치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로 2가지, 즉 LG에 대한 섭섭함과 주니치의 배려를 꼽았다. 이병규는 LG에 대해 "LG와 처음 얘기했을 때부터 조금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다음에 또 봤을 때에도 변함없이 처음 제시액 그대로 나왔다. LG는 10년간 몸 담았던 팀이었는데 도움을 많이 못 드렸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앞에 부분은 빼고(10년간의 팀 공헌도를 의미하는 듯) 말씀하는 부분이 있어 서운했다.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나가서 평가를 받아 보고 싶었다. 그래서 (LG와의) 협상을 끝냈다"라고 말했다. 제3자로서 봤을 때 4년간 40억 원 안팎(추정)의 조건은 구단 입장에서도 엄청난 리스크일 것이다. 또한 이병규가 지난 10년간 간판타자로서 활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짜로 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병규는 만나도 조건을 올리지 않는 LG에 '대우를 제대로 안 해준다'라고 섭섭함을 느낀 듯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니치는 세밀한 부분에서 이병규의 호감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병규는 인터뷰 내내 "주니치의 배려에 마음이 끌렸다"는 말을 자주 반복했다. 오치아이 주니치 감독은 대리인을 통해 "와서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 캠프는 타이론 우즈처럼 2월 8일(이병규는 적응을 위해 더 일찍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합류해도 된다"는 언질을 줬다고 한다. 벌써부터 센트럴리그 홈런-타점왕이자 5억 엔 용병인 우즈급 대우를 해주는 모양새다. 아울러 백넘버 부분에서도 이병규는 "LG에서 9번을 달아 9번 얘기도 했다. 이노우에(주니치 9번 선수)가 상조회장인데도 말하면 해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나 고사하고, 편한 번호 달겠다고 하자 오치아이 감독이 7번을 직접 마련해 준 것이다. 이종범 선배 번호여서 영광이다"라고 사연을 소개했다. 주니치 터줏대감 선수의 등번호까지 줄 수 있다는 성의까지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조건 제시액은 차치하고, 이심(李心) 잡기에서도 LG는 주니치에 완패한 셈이다. 아울러 자매구단이라고 믿어온 주니치에 한 방 먹은 LG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