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지난 1990년대 내셔널리그 최고 우타자로 군림했던 제프 배그웰(38)이 마침내 화려했던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은 13일(한국시간) 배그웰이 이번 주 내로 현역 은퇴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배그웰은 원 소속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향후 업무 수행에 관한 계약을 마무리짓는 대로 은퇴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놀런 라이언, 로저 클레멘스가 휴스턴과 체결한 내용과 흡사한 계약으로 은퇴 이후에도 구단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가하는 내용이 주를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배그웰의 은퇴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올해로 휴스턴과 계약이 만료된 그는 1800만 달러에 달하는 내년 시즌 구단 옵션이 행사되지 않음에 따라 지난달 12일 형식상 FA를 신청했다. 현역 생활을 잇겠다는 의지라기 보다는 선수노조의 권유에 따른 절차상 과정에 불과했다. 지난 1989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4라운드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8월 래리 앤더슨과 맞트레이드로 휴스턴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보스턴은 최고 유망주 배그웰을 포기하는 대신 검증된 구원투수 앤더슨을 확보했지만 이 거래는 '최악의 트레이드' 리스트에 매번 포함될 정도로 훗날 혹평을 면치 못했다. 휴스턴에 안착한 배그웰은 1991년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뒤 리그 최고급 타자로 단숨에 자리매김했다. 첫 3년간 합계 53홈런을 쳐내며 주목을 끈 그는 1994년 타율 3할6푼8리 39홈런 116타점으로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하면서 만개했다. 이후 2004년까지 매년 2할6푼6리 타율과 21홈런 87타점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서 가장 꾸준한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교한 타격과 정확한 선구안, 그리고 엄청난 장타력을 동시에 보유해 상대 투수들이 승부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타자로도 꼽혔다. 커리어 통산 성적은 타율 2할9푼7리 449홈런 1529타점. 출루율 2할8리에 장타율 5할4푼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으로 고작 39경기에서 타율 2할5푼에 3홈런 19타점을 올린 뒤 그라운드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연봉 1900만 달러를 받은 올해에는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500홈런에 51개를 남겨둔 그는 더 이상 현역 생활을 잇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야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기에 이른 것이다. 배그웰의 퇴장은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장을 물려주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등 그의 선배는 물론 프랭크 토마스 등 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몇몇 주역들이 여전히 전성기 기량을 뽐내고 있기는 하지만 60년대 후반 태생으로 80년대 고교 및 대학 무대를 평정했고 90년대 빅리그를 주름잡은 빅리그판 '386 세대'가 이제는 현역 무대에서 물러날 시기가 됐다는 신호탄으로도 읽혀진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