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 수비 후 역습'.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아시아 팀의 한국 축구 격파 공식이다. 이같은 공식대로 임한 베트남 오만 몰디브 등은 한국에 승리하거나 득점없이 비기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 공식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베트남 바레인 등 조별 예선에서 한국과 맞붙은 팀은 철저히 이 공식에 따랐다. 바레인의 경우에는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이며 한국을 잡을 뻔하기도 했다. 이라크와의 4강전은 이 공식의 결정판이었다. 이라크는 철저히 밀집 수비를 펼치다 역습에 나서는 전략에 의해 단 한 번 잡은 찬스를 살리며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그 이후 헐리우드 액션까지 선보이며 철저히 골을 지키며 결국 1-0의 승리를 따냈다. 이런 상대팀의 대응에 한국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많은 슈팅과 절대적으로 높은 볼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속시원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심리적인 압박감을 들 수 있다. 상대가 밀집 수비로 나오고 몇 차례 공격이 실패하면 선수들은 조바심을 낸다. 경기가 불만족스러울 때 올 여러 가지 비난들로 인해 자신감이 결여되고 제 플레이를 못하게 된다. 베어벡 감독 역시 4강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찬스에서도 골이 나지 않으면 압박감이 커진다" 고 밝혔다. 두 번째로는 기술적 한계를 들 수 있다. 한국의 기술 수준은 아시아에서 최상급이 아니다. 일대일 대결에서 상대를 제치지 못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보통 기술은 유소년 시기에 완성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성인이 된 다음에도 훈련을 통해 기술이 좋아질 수 있다. 얼마 전 방한했던 장 방스보 전 유벤투스 코치는 "유벤투스에서 릴리앙 튀랑이 뛰던 시절 많은 크로스 훈련을 통해 질적인 향상을 보았다" 며 기술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다. 졸전 후 언제나 나오는 지적이지만 이것이 계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계속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는 세트 피스에서 다양한 루트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부족하다. 특히 상대가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밀집 수비로 일관할 경우 다양한 전술로 상대를 흔들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물론 한국팀은 최선을 다했다. 그 열정과 노력에는 박수를 치며 격려해야 함이 옳다. 하지만 더 이상 아시안게임 등 아시아권에서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밀집 수비 후 역습' 이라는 상대 전술의 약점이 무엇인지, 효과적인 공략법이 무엇인지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