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박찬호(33)는 과연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 마쓰자카 다이스케(26) 협상 도중 불거진 박찬호 보스턴 마무리 제안설에 대해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의 베테랑 야구기자 고든 이데스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닉 카파도 기자가 전해온 바에 따르면 마쓰자카 협상 도중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박찬호를 마무리로 쓰는 게 어떻겠느냐'며 제안했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소식을 전했다. 이른바 '끼워팔기'를 시도했다는 것으로 '선발투수 박찬호'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팬들에겐 다소 놀라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입증됐듯 '마무리 박찬호' 카드가 전혀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정규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클로저로 활약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박찬호는 빅리그 13시즌 통산 323경기 가운데 49경기에서만 구원투수로 나섰을 뿐이다. 그나마 이 숫자의 대부분은 풀타임 선발로 자리를 굳히기 이전인 1996년까지 기록한 것이다. 보라스가 남을 위한 협상 도중 한 마디 건넨 것을 두고 보스턴이 박찬호에게 입단을 제안할 것이라고 당장 믿을 수는 없다. 마무리 보강이 시급한 보스턴이지만 시간을 두고 최선의 적임자를 물색하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 마무리 경험이 없는 박찬호를 보라스의 말만 믿고 선뜻 계약을 제의할리는 없다. 하지만 보스턴이 박찬호를 '마무리 후보 중 하나'로 고려할 여지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전날 박찬호 마무리설을 전한 카파도 기자는 15일 '클로저 자리를 채우기 위해 보스턴은 피츠버그에서 마이크 곤잘레스를 트레이드해오거나 보라스의 또 다른 의뢰인인 박찬호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LA 다저스에서 FA로 풀린 에릭 가니에와 협상을 가졌지만 소득을 얻지 못한 보스턴으로선 선택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다. 가니에가 이미 텍사스에 둥지를 튼데다 FA 시장에서 쓸만한 마무리감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타 구단과 트레이드를 추진하거나 그래도 소득이 없을 경우에는 깜짝 놀랄 '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보라스가 마무리감으로 박찬호를 제안한 사실이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보라스가 아무런 의도 없이 선뜻 보스턴에게 이 같은 의사를 건넸을리는 없다. 클로저가 필요한 보스턴의 사정을 꿰뚫고 하나의 '옵션'으로 박찬호의 이름을 언급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계획을 염두에 둔 움직임일 수도 있다. 즉 박찬호의 이름을 슬쩍 흘리면서 시장에서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형적인 '보라스식 수법'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박찬호 재계약 의지를 천명한 데다 선발투수 보강이 시급한 구단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박찬호 몸값 높이기 작전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떤 구단과 협상에 특정 선수가 관여됐다'면서 해당 선수에 관심 있는 제3의 구단을 압박하는 하는 것은 그의 전매특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박찬호의 속마음이다. 데드라인에 임박해 협상이 타결된 마쓰자카의 경우에도 절대 일본에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계약의 가장 큰 배경이었다. 박찬호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마다 않겠다고 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조건으로 입단 제안이 들어오든 최종 선택권은 결국 그에게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