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 테이블, '풍속도가 달라졌다'
OSEN 기자
발행 2006.12.15 09: 10

예전 이맘 때면 프로야구 각 구단들은 주요 선수들의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고민이 많았다. 성적이 뛰어난 주요 선수들과는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었다. 부진한 선수들과는 삭감폭을 놓고 치열한 머리 싸움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근년에는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1999년 시즌 종료 후 한국 프로야구에도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도입된 뒤 7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연봉 협상의 풍속도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구단과 연봉을 놓고 밀고당기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다. 한마디로 속전속결로 재계약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대신 구단들은 FA 계약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올해 현재 대부분의 구단들이 내년도 연봉 재계약 대상 선수들과 70% 이상의 계약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달라진 협상 테이블의 풍속도를 살펴본다. ▲잘나가는 신예들, ‘억대 연봉은 시간 문제’ 1990년대만 해도 1억 원대 돈을 한 시즌에 만진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꿈'으로 여겨졌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도 5년 이상을 꾸준히 해야만 ‘억대 연봉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억대 연봉이면 대박'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FA 제도 도입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이제는 억대 연봉은 신예들도 얼마든지 쉽게 넘을 수 있는 선이 돼가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신인으로 2000만 원 연봉을 받던 선수들이 150% 인상률을 기록하며 억대 연봉 돌파 발판을 마련할 정도다. KIA 한기주, 롯데 나승현이 주인공들이다. 여기에 아직 도장을 찍지 않고 있는 ‘괴물신인’ 류현진(한화)은 ‘억대 연봉 진입 여부’를 놓고 구단을 고민케 할 정도다. 그야말로 한두 시즌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면 신인이나 신예 선수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 비일비재하게 됐다. 삼성 마무리 투수인 2년차 오승환은 내년 연봉은 무조건 1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 일등공신으로 올해 6500만 원에서 내년에는 1억 원대 진입이 유력하다. 이처럼 각 구단들은 신예 스타들에게는 후한 대접을 해주며 억대 연봉 선수로 탄생시키고 있다. 힘들게 억대 연봉을 받고 기뻐했던 옛날 선배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예비 FA들, ‘연봉 선물에 즐거운 비명’ FA 제도 도입 후 2,3년 만에 생긴 현상이 있다. 각 구단들은 FA 자격 획득을 앞둔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연봉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구단들은 성적 이상으로 FA 예비생들에게 연봉을 올려주며 2가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나는 충분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미리 선보이면서 FA 획득 후에도 잔류토록 당근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만에 하나 타구단과 FA 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상금을 듬뿍 받아낼 수 있는 안전장치로 여기고 과한 연봉을 안기는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일종의 ‘덫’이 될 수도 있는 연봉 협상이다. 하지만 미리부터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선수들로서도 크게 나쁘지만은 않아 선뜻 도장을 찍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 FA 자격을 획득한 투타 최대어들인 박명환 이병규 김수경 등도 예비 FA생 연봉 효과를 톡톡히 누린 선수들이다. 박명환은 2004년 연봉 1억 5500만 원에서 2년 사이에 3억 7000만 원으로 초고속 상승했고 이병규도 2004년 연봉 2억 2000만 원에서 불과 2년 만에 5억 원으로 치솟았다. 김수경도 2004년 2억 2000만 원에서 올해는 3억 8000만 원으로 뛰었다. 이들이 이처럼 ‘돈세례’를 받게 된 것은 FA를 앞둔 예비 후보로서 구단들의 물량공세 때문이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올해도 이런 현상은 예외없이 나올 전망이다. 이들 외에도 이전부터 대어급 FA 후보들에게는 미리부터 구단들이 돈보따리를 안기며 FA 획득에 대비하고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sun@osen.co.kr 나승현-한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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