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남자 축구, 남녀 농구 등 국내 3대 프로 스포츠가 모두 카타르 도하에서 눈물을 흘린 가운데 유일하게 남자 배구가 '만리장성' 중국을 넘고 프로의 체면을 가까스로 살렸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팀은 15일(한국시간) 새벽 카타르 도하 알 라얀 인도어 홀에서 가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결승전에서 서브 에이스 2득점을 포함해 20득점으로 최고 점수를 올린 이경수를 비롯해 신진식(18득점), 후인정(11득점)의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중국을 3-1(25-18 22-25 25-18 25-16)로 꺾고 아시안게임 2연패 및 아시안게임 통산 3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에 비해 같은 날 치러진 남자 축구는 3~4위전서 이란에 연장 접전 끝에 0-1로 졌고 남자 농구는 일본을 꺾고 5위, 여자 농구는 일본에 져 4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배구가 이란, 카타르, 중국을 모두 세트 스코어 3-1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과정과 야구, 축구, 농구가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분명히 난다. 우선 배구에는 김호철 감독이라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가 선수들을 지도했다. 김호철 감독은 세계 최고의 세터 출신답게 팀을 진두지휘했고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줄곧 팀을 최고 상태로 유지했다. 이에 비해 병역 혜택이 우선이었던 야구는 대만에 어이없이 지자마자 김재박 감독의 카리스마는 그대로 무너졌고 축구와 농구도 이에 못지 않았다. 또한 배구는 군문제를 해결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 병역 혜택이라는 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야구, 축구, 농구와 비교가 됐다. 그러다보니 배구는 오히려 신구의 조화가 척척 들어맞았고 이 결과는 신진식, 후인정, 이경수 등 노장들이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맹활약까지 펼치는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반면 야구, 축구, 농구는 병역 혜택이라는 '당근'때문에 출전한 선수들이 많다보니 주로 어린 선수들로만 구성됐고 이 때문에 결정적인 위기 상황을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구의 경우 병역 혜택을 위해 구성되다보니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고 축구의 23세 이상 와일드카드 선수 역시 이천수를 제외한 김두현과 김동진 모두 병역 미필 선수였다. 공교롭게도 야구, 축구, 농구는 몸값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남자 배구는 이제 겨우 1억 원대 초반을 받는 선수가 최고 연봉으로 기록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 아시아 최고라고 자만했다가 도하 아시안게임을 통해 그 거품이 빠진 야구, 축구, 농구 선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때다.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