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하 아시안게임도 남자 축구와 남자 농구에 걸린 금메달 2개만 남겨놓은 가운데 한국 선수단은 남자 배구가 따낸 금메달을 끝으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2위를 차지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팀이 1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알 라얀 인도어 홀에서 가진 결승전에서 '만리장성' 중국을 3-1로 꺾고 금메달 환호성을 올린 가운데 한국은 금 58, 은 53, 동 82의 성적을 거두며 금메달 50개에 그친 일본(은 71, 동 77)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아시안게임 3회 연속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성적은 '의미없는 2위'라는 지적이 높다. 한국은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목표를 73개로 잡으며 홈에서 열렸던 서울 대회와 부산 대회를 제외하고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을 노렸지만 오히려 가장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금메달을 노렸던 야구와 남자 축구, 남자 농구는 망신만 당한 채 '도하의 눈물'을 흘렸고 2개의 금메달을 내심 바랬던 복싱에서도 은메달 3개에 그치면서 한때 아시아를 호령했던 한국 복싱의 현주소를 반영했다. 또 7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사격은 3개에 머물렀고 유승민이 버티고 있는 탁구도 최소 1개를 빌었지만 '노 골드'였다. 그러나 레슬링은 그레코로만형에서만 4개의 금메달을 캐내며 목표했던 5개를 채웠고 테니스 역시 이형택의 활약으로 남자 단체전에서 1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수영에서는 박태환의 3관왕 등극 덕분에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2개를 오히려 넘어서기도 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양궁도 남녀 개인 및 단체를 모두 석권, 목표치의 두 배인 4개를 따내기도 했다. 최근 국제 대회에 참가했던 한국의 금메달 추이를 보면 양궁, 레슬링, 유도 등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에 집중되고 아시아 또는 세계와 경쟁하는 종목에서는 약간씩 밀리며 금메달을 놓치는 경우가 많으며 육상 등 약세 종목은 여전히 관심 밖임을 보여주는 예전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종합 순위 2위라는 첫 번째 목표만 달성했을 뿐 금메달 70~75개를 따내겠다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루지 못했고 현지에서 수정한 60개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말았다. 16년전 베이징 대회에서도 금메달 54개에 그쳤지만 당시는 중국이 홈 이점을 최대한 살려 183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것에 대한 결과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982년 인도 뉴델리 대회 이후 사실상 가장 저조한 성적인 셈이다. 하지만 수영의 박태환이 자유형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이 전통 약세종목에서도 투자만 잘하면 충분히 세계 정상권에 도전할 수도 있음으로 반증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번 자유형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비롯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아시아 최고의 '물개'라는 것을 입증했고 그 기록 또한 세계 정상권에 근접하고 있어 2년 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기대를 부풀렸다. ■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현황 양궁 4 (2), 육상 1 (3), 배드민턴 0 (2), 야구 0 (1), 농구 0 (1), 당구 0 (2), 보디빌딩 0 (2) 볼링 4 (4), 복싱 0 (2), 사이클 5 (5), 승마 2 (2), 펜싱 4 (3), 축구 0 (1), 골프 4 (2), 체조 2 (2) 핸드볼 1 (2), 하키 1 (2), 유도 4 (3), 럭비 0 (1), 요트 1 (4), 조정 1 (0), 사격 3 (7), 정구 2 (2) 수영 3 (2), 탁구 0 (1), 태권도 9 (7), 테니스 1 (1) 배구 1 (1), 역도 0 (1), 레슬링 5 (5) 합계 58 (73) ※ 괄호안 숫자는 당초 목표치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