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왕년의 에이스 정민태 '기 살리기'
OSEN 기자
발행 2006.12.16 08: 46

3년 만에 연봉이 반토막이 됐지만 그래도 자존심은 세워줬다. 현대 왕년의 에이스 정민태(36)가 올해도 연봉이 대폭 삭감됐다. 지난해 가을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재활훈련에만 전념, 올 시즌 막판 1군 경기에 단 한 차례 구원등판한 것이 전부인 정민태로서는 대폭 삭감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현대는 지난 14일 정민태와 연봉 협상을 갖고 올해 3억8850만 원에서 20%인 7770만 원이 삭감된 3억1080만 원에 2007년도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액수로는 큰 폭이지만 구단의 숨은 배려가 있었다. 현대 구단은 정민태가 내년에는 팀 내 최고참 투수로서 활약해주기를 기대하면서 그나마 삭감폭을 작게 했다. 전년도에는 성적 부진을 들어 프로야구 규정상 최대 삭감폭인 30%를 깎는 단호함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정민태가 미리 '구단에 백지위임'을 하며 삭감폭을 줄여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또 2004시즌 종료 후에는 당시 최고 연봉이었던 7억 4000만 원에서 25%(1억 8500만 원)를 삭감한 5억 5500만 원을 줬다. 2004년 25%, 2005년 30%, 2006년 20%의 순서로 연봉이 반토막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올해는 성적이 거의 전무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삭감폭이 아니고 2년 전보다도 적은 20%선에서 대우를 해준 것이다. 현대 구단 관계자는 "2년 연속으로 크게 삭감했는데 어떻게 또 30%를 깎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 그동안 팀에 공헌한 점과 내년도 기대치를 고려해야 했다"면서 정민태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부심했음을 엿보였다. 한마디로 올해 20% 삭감은 '정민태의 기살리기' 차원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단의 조치에 정민태는 "성적을 못냈으니 할 말이 없다. 작년 수술 이후 하루 6시간 이상씩 꾸준하게 훈련을 해오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해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2007시즌을 벼르고 있다. '김시진 감독호'로 새 출발한 현대는 정민태가 내년 시즌 어느 정도 투수진에 힘을 보태면 마운드 운용이 한결 수월해지면서 투수력은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그 기대감에서 내년 연봉을 최대치까지 깎지 않은 것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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