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결혼 이야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이다. 그 중에서도 환경 내지는 신분이 다른 커플이 만나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스토리는 ‘결혼 드라마’의 백미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결혼도 전략으로 치부되는 세태에서 신데렐라, 또는 온달 스토리는 과연 존재할까. 현직 커플매니저가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속 커플들을 진단해 봤다. 드라마 속의 조건을 그대로 지닌 현실의 커플을 가정하고 그들의 결혼 성사 가능성을 점쳐봤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결혼정보회사 ‘퍼플스(www.purples.co.kr)’에서 ‘매칭의 달인’으로 통하는 김수민 실장의 도움을 받아 냉철한 잣대로 재구성 해 보았다. 전문 커플 매니저가 진단한 드라마 속 커플들의 결혼 성사 가능성, 그 결과는 0%부터 100%까지 천차만별이다. ‘주몽’의 주몽-소서노 가능성 100%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은 커플은 MBC TV ‘주몽’의 주몽(송일국 분)과 소서노(한혜진 분)이다. 비록 극중에서는 둘 다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전 조건만으로 둘이 만났을 경우 성사 가능성은 100%이다. 김수민 실장은 “귀족(부여국 왕자)과 대부호 집안(대부호 상단의 외동딸)의 결합은 현대로 따지면 정계 권력자와 재벌가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결혼을 계기로 형성되는 양가의 시너지 효과를 볼 때 가능성 100%다. 남자가 직계가 아닌 점이 취약하나 환경적 배경이 우수하고 여자의 경제력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눈의 여왕’의 서건우-김보라 99%, 한태웅-김보라 10% KBS 2TV ‘눈의 여왕’에서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서건우(임주환 분)-김보라(성유리 분)-한태웅(현빈 분)은 현실에서는 결과가 극과 극이다. 의사 집안의 의사 서건우와 부잣집 외동딸 김보라는 가능성 99%, 김보라와 가난한 수학천재 한태웅은 10%이다. “김보라-한태웅은 현실적으로 중매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커플이다. 여자의 집안환경과 남자가 너무 격차가 심하다. 남자가 천재여서 대기업에 스카우트 돼 인재가 되더라도 가능성은 40%, 현재는 천재라는 개인 잠재 능력만 있으므로 10%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서건우-김보라는 여자의 집안이 재벌이 아닌 신흥부자에 속하므로 의사 집안의 의사 배우자로는 더욱 환영 받을 조건”으로 봤다. ‘게임의 여왕’의 이신전-강은설 80% SBS TV ‘게임의 여왕’에서 외국계 투자회사 CEO인 이신전(주진모 분)과 호텔회장의 외동딸 강은설(이보영 분)은 조건만 보았을 때는 결합 가능성이 100%다. 그러나 “자수성가형인 남자만 보면 빼어난 조건이지만 집안 환경이 불우한 것으로 보아 여자 쪽 집안에서 망설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가능성은 80%” 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신전이 계획적으로 강은설에게 접근했다는 전제는 여기서는 배제했다. ‘열아홉 순정’의 홍우경-박윤정 70%, 박윤후-양국화 0.1% KBS 1TV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에서 대기업 CEO 집안의 기획이사 박윤후(서지석 분)와 연변 출신의 기획실 비서 양국화(구혜선 분)와의 성사 가능성은 애석하게도 0.1%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매칭이 불가한 조건을 두루 갖춘 커플이다. 출신, 학력, 너무 다른 집안 환경, 띠동갑에 가까운 나이차 등 남자측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매를 통한 만남은 0%에 가까운 불가능한 커플”이다. 이에 반해 이민우가 연기하고 있는 홍우경과 이윤지가 맡은 박윤정은 성사 가능성이 70%로 꽤 높은 편이다. 극중에서도 부부가 된 둘은 “여자가 사실혼에 의거한 재혼녀란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벌가의 자제이고 남자는 평범한 가정환경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라는 점에서 중매 후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커플이다. ‘연인’의 하강재-윤미주 60%, 강세연-윤미주 10% SBS TV 수목드라마 ‘연인’에서는 하강재(이서진 분)와 강세연(정찬 분)이 윤미주(김정은 분)를 놓고 사랑의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하강재는 전직 조직폭력배로 현재 건설회사 사원이 되어 경영 수업을 받고 있고 강세연은 하강재와 같은 조폭 집안이지만 유학파 MBA 출신으로 건설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윤미주는 목사의 딸이면서 인간미 넘치는 성형외과 의사이다. 하강재-윤미주 커플은 “여자가 남자의 전직을 굳이 따지지 않는다면 현재 건설회사에서 경영수업 중인 남자와의 결혼은 무리가 없다. 중매 후 사랑을 전제로 서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결합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되고 강세연-윤미주 커플은 “조건상으로는 결합 가능성이 크나 남자는 여자 관계가 복잡하고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중매를 주선했다가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이”이다. 신데렐라,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현실 속의 커플매니저들은 대체로 신데렐라 식의 해피엔딩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결혼 정보회사 ‘퍼플스’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배우자의 ‘집안환경’을 제 1조건으로 꼽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렇다면 신데렐라 내지는 온달의 이야기는 정녕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커플매니저들의 대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이다. 현실에서도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는 일어난다. 다만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 공주를 만난 ‘온달남’들은 부단히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 붙는다. 드라마 속에서 평범한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백마 탄 왕자, 공주와 부닥치는 것은 현실 속의 신데렐라가 쉽지는 않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리라. 100c@osen.co.kr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주몽’ ‘연인’ ‘눈의 여왕’ ‘게임의 여왕’.
